인터넷 시대 스타트업들 파산 위험 높으나
AI 시대 주도 대기업들은 파산 위험 낮아
인터넷 보급 속도보다 60배 빠른 AI 확산
사업 모델 이미 갖춰 압도적 매출 성장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뉴욕 증시가 9일(현지시각) 인공지능(AI) 거품론을 떨쳐내고 상승하는 것과 관련 2000년 3월 붕괴한 인터넷 거품과 달리 AI붐은 아직 붕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인터넷 열풍이 붕괴하면서 주식시장 시가 총액 5조 달러 이상이 증발하고 경제가 침체하면서 실업률이 4%에서 6%로 뛰어올랐었다. 역사상 최악의 붕괴는 아니었으나 후유증이 몇 년 동안 이어졌다.
AI는 현재 붐의 한복판에 서 있으며 인터넷 붐과 비슷한 점이 많다. 또 한 번 막대한 부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신흥 기업들에 과도한 기업가치가 매겨지고 있다.
그러나 AI 붐과 인터넷 붐에는 많은 차이점들도 존재한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와 같은 수조 달러 규모의 대기업들이 AI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인터넷 시대는 아이디어와 소수의 개발자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도해 파산 위험이 컸다.
그러나 AI 개발을 주도하는 대기업들은 파산 위험이 거의 없다.
아마존은 AI 데이터 센터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으나 치약 판매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구글도 AI에도 불구하고 광고 판매가 줄지 않고 있다.
인터넷은 1990년대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이었다. 사람들이 온라인에 접속한다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그것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광대역 통신 같은 기술이 구축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거의 모든 기업들 AI 도입 서두른다
이에 비해 오늘날 기업들은 AI를 가능한 빨리 도입하려 애쓰고 있다.
또 AI에 대한 규제 장벽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 미국 정부는 AI 중심의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펴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1990년대 미국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셋째,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는 거품론이 대두하고 있는 점이 역설적으로 아직은 통제 불능은 아니라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AI 거품론이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벤처 투자자 벤 호로위츠는 가격이 절대로 떨어질 수 없다고 모두가 믿는 순간 거품이 생긴다면서 모두가 거품에 대해 말하는 현재 국면은 거품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AI에 대한 마지막 비판론자마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AI 투자를 한다고 선언하는 순간이야말로 AI에 대한 투자를 접어야할 순간이라며 그런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거품 주장"은 거품 아니라는 신호
투자가 극단적으로 집중된다는 점은 인터넷 붐과 AI 붐의 유사점이다. 2000년 벤처 투자 자금의 80%가 인터넷 기업에 흘러 들어갔으며 올해 64%가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터넷 투자에 비해 AI 투자의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이 다르다.
인터넷 시대 가장 가치가 높은 3개 기업은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로 인터넷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들이었다. 이들의 기업 가치는 정점에서 약 5000억 달러 수준이었다.
AI 붐에서 위 세기업과 비슷한 위상을 차지하는 엔비디아는 기업가치가 4조5000억 달러가 넘는다. 아마존, 구글, 메타, 비상장 기업인 오픈AI 등의 기업가치 합은 2000년 전체 주식시장의 총 시가총액인 17조 달러를 넘어선다.
이 같은 압도적 규모의 차이가 안도감을 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AI 거품론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 이유다. 파월은 이들 기업들이 사업 모델과 수익을 가지고 있어 인터넷 거품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1990년대 넷스케이프는 웹 브라우저를 대중화하면서 현재의 오픈AI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넷스케이프와 챗GPT의 영향력은 크게 다르다. 브라우저 시장의 90%를 차지했을 당시 넷스케이프 이용자는 5500만 명에 불과했고 절반 정도가 전화선 접속을 이용하고 있었다. 인터넷 서비스 소프트웨어는 극도로 미성숙하고 비쌌으며 하드웨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없었다.
이에 비해 AI는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에게 도달하며 이미 압도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등 사업적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AI 도입 속도가 초기 인터넷 보급 속도의 15~60배에 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터넷 기업들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업 가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극심한 압박을 받았다. 이를 극복한 기업들도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그렇지 못했다.
AI 기업들은 전혀 다르다. 최근 몇 달 동안 주요 인공지능 기업들 사이에 얽힌 각종 거래 관계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JP모건은 보고서에서 오늘날의 거래들은 인터넷 시대와는 다르다면서 AI가 자본을 좇지 않고 자본이 AI를 좇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AI 회사들 가운데 현금이 바닥나기 전에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회사들도 많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의 투자자들은 이들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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