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통위원 “고환율, 수급 요인이 3분의 2···탓할 목적 아냐”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0 15:00

수정 2025.12.10 16:34

김종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간담회
“환율 상승, 해외증권 투자 등 수급 요인이 커”
김종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0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김종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0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고환율의 단기적 요인 중 해외증권 투자 등 수요·공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집단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책을 세우기 위한 분석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환율을 띄운 주체로 소위 ‘서학개미’를 지목한데 따른 비판 여론을 진화하고 나선 것이다.

김종화 금통위원은 10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장기적으론 물가, 경제성장률, 한미 금리차 등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수급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또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자산운용사, 개인 등이 노후 대비나 부동산 매입 같은 다양한 목적으로 투자를 할 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해외 주식·채권에 투자하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것”이라며 “(고환율을 일으키는 요인) 전체 3분의 2 정도가 수급으로 분석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학개미가 미국 증시에 투자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서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유발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는 “특정 사람들을 탓하기 위한 게 아니라 한은을 포함한 외환당국 차원에서 대책을 찾아보기 위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가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가는 것은 금리차 때문도, 외국인에 의한 것도 아니다”며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 발언의 의도에 대한 해명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환율이 올라갈 때 장단점도 각각 짚었다. 김 위원은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는 반면 수입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이나 식품 기업들은 힘들어 질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뛰면 상품이 판매되는 지역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므로 수출 기업에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반대로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입장이고, 특히 중간재·수입재 가격 상승을 가격으로 전가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은 더욱 곤욕을 치른다.

김 위원은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국내 물가가 오르게 되고, 개인의 구매력은 떨어져 소비는 줄어든다”며 “원자재 등의 가격이 높아지면 투자가 부진해질 수 있고, 은행 위험가중자산(RWA)이 커지기 때문에 비율 조정으로 대출 등을 줄일 여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한미 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마냥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는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금리를 올려 금리차가 줄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줄면서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으나 대출 등을 일으킨 경우 이자 부담이 커져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취지다.


김 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건 따라가되 의도치 않게 피해를 볼 수 있는 이들도 고려해야 한다”며 “물가 및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 정책을 써왔는데 환율을 목적으로 했을 때 어려움이 닥치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