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편 출연…1960~70년대 한 해에 30편씩 찍기도
영화 '비구니'서 삭발 감행 화제
지미필름 설립해 영화 제작자로 나서기도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김지미는 미국에서 눈을 감았다.
1940년 충남 대덕군에서 출생한 고인은 1957년 덕성여고 재학 중 명동에서 김기영 감독에게 길거리 캐스팅됐다. 1957년 열일곱 살에 김 감독의 '황혼열차'(1957)로 데뷔했다.
이듬해 서울신문 인기 연재소설인 박계주 원작의 '별아 내 가슴에'를 홍성기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비구니'는 당시 미국에서 자녀 교육에 신경 쓰던 김지미의 영화 복귀작이다. 그녀의 삭발 연기가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 영화 제작소식에 비구니들이 전국비구니대표대회를 열고 기생이 스님이 되는 등의 설정이 불경하다며 반발, 영화사는 제작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비구니'는 2010년대 영화사 창고에서 필름이 극적으로 발견됐고,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복원해 2017년 세상에 내놨다.
고인은 김기영·임권택 뿐 아니라 김수용 등 당대 최고 감독들과 작업했다. 특히 1960~70년대 압도적인 미모로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로 불리며 시대를 빛냈다.
김지미의 행보는 굳이 여배우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독보적이었다. '티켓'(1985·감독 임권택), '명자 아끼꼬 쏘냐'(1992·감독 이장호) 등을 제작했다. '아메리카 아메리카'(1988), '물의 나라'(1990) 같은 작품도 이곳 통해서 만들어졌다.
2002년 영화진흥위원회 내외의 갈등으로 위원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2010년에는 부산영화제에 김지미 회고전이 마련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보관 문화훈장(1987), 제12회 춘강상 예술부문 대상(1987) 등을 받았다. 1997년엔 러시아 연방 국립영화대학 명예 영화학박사를 취득했다.
한국영화인협회가 영화인장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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