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미국서 세상 떠나…대상포진으로 건강 악화
1957년 길거리 캐스팅 데뷔…35년 동안 700편 출연
지미필름 설립한 제작자…4번 결혼·이혼으로 화제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70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원로 영화배우 김지미(본명 김명자)가 별세했다. 향년 85.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김지미는 최근 대상포진으로 건강이 악화돼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1940년 충남 대덕군에서 태어난 김지미는 덕성여고 재학 시절인 1957년 열일곱살의 나이로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했다. 당시 아버지를 만나러 명동에 나갔던 김지미는 김기영 감독 눈에 들며 길거리 캐스팅됐다.
이듬해 서울신문 인기 연재소설인 박계주 원작의 '별아 내 가슴에'를 홍성기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도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당시 영화 산업이 발전하며 수많은 신인들이 등장했지만 김지미는 장기간 주연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또 김기영·김수용·임권택 감독 등 당대 최고 감독들과 작업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명자 아끼꼬 쏘냐(1992)'를 마지막으로 35년 동안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는 출연 작품만 363편에 이른다. 다만 유실된 작품들이 워낙 많아 700편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지미필름을 설립해 영화 제작에도 눈을 돌렸다. 제작자로서 영향력을 확대해 임권택 감독의 '티켓'(1986)'을 비롯한 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1990년대까지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영화인들의 권유로 영화인협회 이사장,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대위 공동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등 행정 분야에도 힘썼다.
2002년 영화진흥위원회 내외의 갈등으로 위원 자리를 내려놓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2010년에는 '화려한 여배우'라는 이름으로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대종상 여우주연상, 파나마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2014년 제15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공로상, 2016년 제7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2019년 제9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공로예술인부문을 수상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만큼 스크린 밖에서의 삶도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홍성기 감독, 배우 최무룡, 가수 나훈아, 의사 이종구씨와 네 번의 결혼·이혼으로 화제가 됐다.
김지미는 최근 공식 석상이었던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로서, 인생으로서 종착역에 가까워진다"며 "여러분 가슴 속에 영원히 저를 간직해주시면 고맙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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