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중국이 압록강 일대에서 최소 32개의 '임시 도하 지점'을 구축해 북한을 지원하는 비공식 무역 체계를 가동 중인 정황이 10일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이는 양국이 유엔 등의 대북제재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우회 경로를 대거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랩스의 사진을 장기 분석한 결과, 이러한 임시 도하 지점들은 북한 양강도의 김형직군·김정숙군·삼수군·혜산시·보천군 등 5개 지역에 걸쳐 약 59마일(95㎞) 구간에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2024년 큰 홍수 피해를 입었던 곳으로, 중국 지린성 바이산(白山)시와 강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이 임시 도하 지점은 2024~2025년 단계적으로 증가했다.
도하 방식은 단순하다. 수심이 낮은 지역에 굴착기를 사용해 흙길을 만들어 트럭과 차량이 이를 오가는 방식이다. 강 수위 변화로 일부 도하 지점이 유실되면 멸실·재건이 반복됐고, 때론 위치를 조금씩 옮겨가며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양쪽 강변에는 트럭·화물을 위한 신규 야적장과 주차장도 다수 확인됐다.
이들 도하 지점은 기존의 공식 무역 루트인 압록강 철교(북중 우의교)나 접경지 일부 지역에 교량과 철도로 연결된 양국의 세관과는 별도의 경로다. NK뉴스는 이 같은 방식이 중국 측의 '제재 회피 전략'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관을 통과하면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가 기록에 남게 되고, 그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거래를 자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지만, 임시 도하 지점을 통한 물자 이동은 기록에 남지 않는 데다가, 중국 정부가 "일부 지자체 혹은 지역 사업자의 자의적 행동"으로 돌릴 여지를 남긴다는 것이다. NK뉴스는 위성으로 확인되는 물자 규모가 크고, 빈도도 잦기 때문에, 이를 중국 당국이 모르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작을 것으로 봤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도하 지점이 중국이 접경지 일대에 약 1400㎞ 길이로 건설 중인 G331고속도로(장백산 순환도로)와 맞닿았다는 점이다. 이 공사에 투입된 대규모 토목 장비와 트럭이 압록강변을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으로의 비공식 물자 이동을 공사와 연관된 행위로 위장할 수 있다.
무엇을 실어 나르나…민수용 차량·군수용 기계 가능성
NK뉴스는 이 임시 도하 지점을 통해 중국이 민수용 차량, 고가의 기계류, 무기 공장에 투입이 가능한 장비 등 중국 정부가 정식으로 수출하기에 부담이 큰 품목이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신형 무기 개발 거점을 늘리는 사업을 진행 중이며, 김정은이 지난해 9월 핵무기 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이후 관련 설비 수요도 커지고 있다. NK뉴스는 "이번 은밀한 도하 체계는 북한의 군수·산업 설비 확보 능력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축이 될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한편으론 북한이 효율적 사회 통제를 위해 지방의 '돈주'(신흥 부유층)들을 관리하면서 재정 수입도 늘리기 위해 이들의 경제 활동 활성화를 추동하는 차원의 비공식 무역을 확장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작년부터 개인의 자가용 소유를 허용하기 시작했고, 상당수 차량이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NK뉴스는 "임시 도하 지점의 운영은 과거에도 제재 회피를 위해 활용된 방식"이라면서도 "32개 도하 지점이 동시다발적으로 구축·운영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북중관계가 사실상 국제사회의 제재 체제를 이탈하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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