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올해 18조원대로 성장했지만 곱버스(2배 인버스) 상품 등에 거래 쏠림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의 75% 이상은 하루 거래량 1만건을 밑돌고 있어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국내 ETN 시장 지표가치총액은 18조6165억원으로 올해 초(16조6625억원) 대비 11.7% 증가했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와 유사한 상품 구조를 갖지만 증권사가 발행하고, 유동성을 공급한다. ETF와 달리 ETN은 만기일이 있다.
ETN 시장 규모는 불어났지만 투자자들의 거래는 일부 종목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N 312개의 평균 올해 일 거래량(9일 기준)은 19만8702건이었는데, 이 평균치를 웃도는 상품은 단 14개 종목에 그쳤다.
올해 ETN 시장에서 거래가 몰린 종목은 주로 코스피·코스닥지수 및 원자재 관련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이다. 거래량 상위 3개 종목인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과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 '삼성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의 합산 하루 평균 거래량은 4590만4343건이다. 이는 전체(6199만5075건)의 74%를 차지했다. 사실상 소수 종목이 전체 시장을 견인한 셈이다.
거래량 하위 종목들은 활기를 잃은 모습이다. 올해 일평균 거래량이 1만건에도 못 미치는 상품은 236개로, 전체 75.6%에 달했다. 하루 평균 100건도 거래 안된 종목은 50개였는데, 비율로 따지면 16%에 이른다.
거래 양극화에 테마형 상품도 시장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출시된 '삼성 코리아 밸류업 TR ETN'의 이달 평균 거래량은 단 4건에 그쳤다.
ETN이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인지도 측면에서 ETF에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천연가스, 원유, 원자재 기초 인버스·레버리지 ETN은 ETF로는 찾아볼 수 없는 상품들이다. 천연가스 등은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탓에 ETF로 이를 구현할 경우 가격 급락에 따른 '동전주' 전락 가능성이 있다.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을 때 ETF는 규정상 액면병합이 불가능해 구제가 어려운 반면, ETN은 상품 만기일이 정해져 있어 그나마 가격 방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가격 변동성에 올라탄 원유·원자재 투자자들이 관련 ETN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여전히 투기성 상품이라는 인식이 투자자들에 만연하고, 퇴직연금 자금을 흡수할 수 없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펀드로 분류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파생결합증권인 ETN은 만기에 원금 손실률이 40%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어 퇴직연금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제 시장에서 투자자에게 팔린 ETN 규모는 1조~1조5000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새로운 테마형 ETF가 연일 등장하면서 ETN 출시의 운신의 폭은 점점 좁아지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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