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홋카이도가 10일 홋카이도전력의 도마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를 2027년 초부터 재가동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2012년 5월 가동이 중단된 이후 13년 반만이다.
■홋카이도 지사, 도마리 원전 3호기 재가동 동의 발표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는 이날 도의회 예산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홋카이도전력의 도마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 재가동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홋카이도전력은 현재 방조제(방파제)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며 2027년 초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마리원전 3호기는 홋카이도 최대 도시인 삿포로에서 직선거리로 약 70㎞ 떨어진 지점에 있다.
스즈키 지사는 재가동에 동의한 이유로 △홋카이도전력이 재가동 이후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점 △재가동이 지역 내 투자 활성화와 고용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원전 재가동을 위해서는 도지사 및 원전이 위치한 4개 지자체(도마리촌, 교와정, 이와나이정, 가모에나이촌) 수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미 4개 지자체는 재가동에 동의해 지사의 결정만 남아 있었다.
도마리 원전 3호기는 올해 7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 심사를 통과했으며 지사의 동의 표명으로 재가동을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스즈키 지사는 자신의 동의 결정을 "가능한 한 빨리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 도의회에서 "원전 활용은 당분간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방안"이라고 답변하며 재가동을 처음으로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어 지난 4일 도마리 원전을 직접 시찰하고 주변 지자체장들과 면담한 뒤 "도의회 논의, 도민과 관련 지자체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대지진 이후 재가동 소극적인 동일본조차 '속도'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원전 재가동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동일본 지역에서조차 재가동 용인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전력 수요가 10년 뒤에 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 원자로 54기가 가동됐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한때 모든 원전의 가동이 중지됐다.
이후 새로운 규제 기준을 충족한 원전 일부가 재가동됐다. 현재 상업 운전 중인 원전은 모두 14기로 그 중 동일본 지역 원전은 혼슈 동북부 미야기현 오나가와원전 2호기 1기 뿐이다.
홋카이도전력은 도마리원전 3호기를 2027년에 다시 가동하고 1·2호기도 2030년대에 운전을 재개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혼슈 중부 니가타현의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도 지난달 21일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 재가동을 용인한다고 밝혔다.
이 원전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재가동을 추진하는 시설이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다.
■홋카이도, 전기요금 인하로 산업 유치 촉진 기대
홋카이도에서는 이번 원전 재가동으로 전기요금이 인하되며 산업 유치가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전국 대형 전력사 중 원전을 재가동한 곳은 5개 회사다. 이 가운데 화력 의존도가 낮은 규슈전력과 간사이전력은 전기요금이 특히 저렴하다. 12월 기준 가정용 요금은 규슈전력이 7466엔, 간사이전력이 7791엔으로 원전을 가동하지 않는 도쿄전력(8634엔)·홋카이도전력(9376엔)보다 낮다.
홋카이도전력은 원전 재가동 이후 가정용 요금 약 11% 인하, 기업용 요금 평균 7% 인하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는 대형 전력사 중 원전 재가동에 따른 인하율로는 가장 큰 수준이다.
사이토 신 홋카이도전력 사장은 지난 10월 "원전 발전 단가는 화력보다 kWh당 7~8엔 정도 유리하다"며 원전 재가동으로 연간 약 500억엔 규모의 수지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홋카이도에서는 반도체 업체 라피더스가 치토세시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7년 제2공장도 착공할 예정이며 2029년에는 세계 최첨단 수준인 1.4나노미터 반도체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도마코마이시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중이며 삿포로 인근 이시카리만 신항에서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홋카이도는 차가운 기후로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의 냉각에 유리하다. 여기에 원전 재가동으로 전력요금까지 내려가면 지역 경쟁력은 더욱 커진다. 넓은 토지 확보가 쉽고 강한 해안 바람 덕분에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도입 여지도 매우 크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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