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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사라졌던 北 '선전 총책' 리일환 복귀…장기 근신 이유는?

뉴스1

입력 2025.12.10 16:57

수정 2025.12.10 16:57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리일환 북한 노동당 선전비서(흰 원 안)가 1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0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리 비서는 전날 시작한 '연말 전원회의'에 참석해 김정은 당 총비서와 함께 주석단 맨 앞줄에 앉은 것이 확인됐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리일환 북한 노동당 선전비서(흰 원 안)가 1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0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리 비서는 전날 시작한 '연말 전원회의'에 참석해 김정은 당 총비서와 함께 주석단 맨 앞줄에 앉은 것이 확인됐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1년 가까이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아 숙청 가능성이 제기된 리일환 북한 노동당 선전비서가 1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모종의 이유로 징계를 받아 '장기 근신' 후 복귀했을 것이라는 분석과, 건강 문제로 장기간 업무에서 빠졌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전날인 9일 김정은 당 총비서의 사회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열렸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날 보도된 사진에선 리일환이 김 총비서, 박태성 내각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등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나란히 주석단 맨 앞줄에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리일환은 지난 1월 2일 노력혁신자·공로자 신년 경축행사에 참석한 이후 한 번도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때 그가 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 행사 준비 등 내부 일정으로 바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지만, 그의 부재가 이어지면서 리일환이 '복귀가 불가능한 징계' 즉, 숙청을 당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리일환이 북한이 한 해 사업을 총화(평가)하는 중요한 회의에서 김 총비서와 나란히 앉은 것으로 봤을 때 그의 정치적 위상은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큰 징계를 받았더라도, 다시 북한의 선전선동 전략을 총괄하는 업무에 복귀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총비서는 집권 직후엔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을 대거 숙청하고, 자신의 고모부이자 북한의 핵심 실세였던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공포 정치'로 집권 기반을 다졌다.

그런데 집권 초기의 대대적 숙청이 지나간 뒤엔 간부들을 '고쳐 쓰는' 인사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실제로 10여년간 '김정은의 그림자'로 불린 조용원 당 조직비서도 올해 초 지방 간부들의 음주 접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약 두 달간 북한 매체에서 모습을 감춘 바 있다.

지난 1월 27일 김 총비서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에서 간부들의 음주 접대 비위를 언급하며 "특대형 범죄"라고 공개 질타한 뒤, 조용원은 지난 2월 28일 개풍구역 지방공업공장과 종합봉사소 착공식 참석을 마지막으로 북한 매체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4월 22일 평양에서 열린 20개 시·군 지방공업공장 제품 품평회에 참석한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그가 숙청되지 않고 두 달 간 근신에 처해진 것으로 파악된다는 정부의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 군부의 최고위급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부실 대응을 이유로 주요 보직에서 해임됐다가 수개월 만에 복귀했다. 그는 2022년 12월에 다시 주요 보직에서 밀려났지만 9개월여 만에 복귀하면서 위상을 회복했다.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자 전문가들은 김정은 총비서의 용인술이 집권 초기와 완전히 바뀐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북한이 큰 잘못을 저지른 간부들에게 숙청 또는 혁명화(지방 좌천) 조치를 내렸지만, 최근에는 간부들의 '성과주의'를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개별 사안에 따른 문책과 징계 후 복직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리일환이 맡은 선전 업무는 김정은이 당의 정책을 인민들에게 알리고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라면서 "리일환의 1년간의 잠행은 김정은 특유의 간부 기강잡기가 그만큼 엄중하게 진행 중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리일환의 처벌 여부 등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는 점에서 그가 건강상의 문제로 잠시 업무에서 빠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