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佛 극우당, 트럼프의 유럽 '문명 말살' 비판에 "맞는 말"

뉴스1

입력 2025.12.10 17:52

수정 2025.12.10 17:52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프랑스 극우 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인 조르당 바르델라(30) 국민연합(RN)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기한 유럽의 '문명 말살' 우려에 동조했다.

바르델라 대표는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에 담긴 내용을 대체로 환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량 이민 및 지난 30년간 이주 정책에 대한 각국 정부의 소홀함이 유럽 국가와 서구 사회, 특히 프랑스 사회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미국인의 자긍심'에 호소하는 것이라며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 곳곳에 자유와 국가적 자긍심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했다.

바르델라 대표는 다만 "유럽이 어떤 강대국에 종속되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일 공개한 NSS에서 유럽이 진보 성향의 기득권과 무분별한 이민자 수용 때문에 '문명의 말살'(civilizational erasure) 위기에 처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NSS는 △ 유럽연합(EU) 등 초국가적 기구의 정치적 자유·주권 훼손 △유럽 대륙의 변화와 갈등을 조장하는 이민 정책 △언론 자유 검열과 정치적 반대파 탄압 △출산율 감소 △국가 정체성·자신감 상실을 유럽의 문제로 들었다.

이어 "현 추세가 계속되면 유럽은 20년 안에 알아볼 수 없게 변모할 것"이라며 "유럽이 유럽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문명적 자긍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U 지도부와 유럽국 정상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바르델라 대표는 프랑스 RN의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의 후계자다. 르펜이 올해 3월 유럽의회 자금 횡령 혐의에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대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극우 진영의 차세대 리더로 급부상했다.

현재 여론 조사상 바르델라 대표는 차기 프랑스 대선의 1차·결선투표 모두에서 무난히 승리가 예상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긴축 재정 추진과 연금 개혁 좌초로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다.

RN은 영국 개혁당(Reform UK)·독일 대안당(AfD) 등 다른 유럽국의 극우 정당들과 반이민·반이슬람·반EU 담론을 주도해 왔다.
개혁당과 대안당 역시 영국과 독일에서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바르델라는 텔레그레프와의 인터뷰에서 개혁당과 협력해 영국과 프랑스 해협의 난민선을 막겠다고 말했다.
그는 9일 런던에서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를 만나 양측의 집권 시 '국정 운영'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