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세대 SMR 부상의 배경에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가 있다. SMR은 데이터센터 부지 내에 건립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 증설에 맞춰 출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 특히 제4세대 SMR은 한번 연료를 장전하면 수년간 전력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도 있다. 거대 IT기업인 구글이 용융염원자로 개발사인 카이로스파워와 협력하고, 아마존이 고온가스로를 개발 중인 엑스에너지에 투자하는 이유다. AI 붐을 일으킨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창업주 샘 올트먼은 소듐냉각고속로를 개발하고 있는 오클로의 주요 투자자이기도 하다.
현재 제4세대 원자로의 선두주자는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은 2023년 가스냉각로 상업발전을 시작했으며, 러시아는 대형 소듐냉각고속로를 40년 넘게 운전 중이다. 일본도 세계 최고 운전온도를 기록한 가스냉각연구로를 가지고 있으며, 소듐냉각고속로도 원형로를 건설한 경험이 있다. 아직 서방 세계에서 상업화된 SMR은 없다. 하지만 제4세대 SMR의 상업화 속도도 3세대 SMR 못지않다. 미국의 벤처기업인 카이로스파워는 실증로를 건설 중이며, 소듐냉각고속로와 가스냉각로도 민간기업들이 2030년 초 준공을 위해 건설허가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국책연구소 주도로 소듐냉각고속로, 가스냉각로 등을 개발해왔고 최근에는 용융염원자로 연구를 시작했으나 상용화는 요원하다. 기다릴 수 없었던 국내 기업은 해외에 투자했다. SK가 소듐냉각원자로를 개발하는 테라파워에 투자했고, 두산에너빌리티와 DL이앤씨가 가스냉각로를 개발하는 엑스에너지에 투자했다. 삼성중공업은 융융염원자로를 개발 중인 덴마크 기업 솔트포스와 전략적 협력을 하고 있다. 이런 해외 투자를 국내 기술개발로 연결하고 적기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개발 체제를 바꿔야 한다.
제4세대 SMR은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 여러 제4세대 SMR 중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사업성과 경쟁력이 중요한 기술 선택은 국책연구소보다 민간기업이 더 잘 판단할 수 있다. 민간 주도 개발은 국가 주도에 비해 외부 기술 활용에 개방적이며, 시장 진입을 위한 적기 개발에 초점을 둔 유연한 개발전략이 가능하다. 미국이 SMR 개발에 기업 주도 체제를 도입하면서 중국, 러시아에 뒤처진 상황을 역전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제4세대 SMR 개발을 기업 주도로 하여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국책연구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로써 기술경쟁을 촉진하고 상용화를 가속할 수 있다. 제4차 나로호 발사를 한화에어로시스템이 주관했듯이 우주 개발도 민간 주도로 전환되는 추세다. 원자력 개발도 민간 주도로 가야 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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