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반도체 장기육성전략 발표
원전활용도 높여야 전기 수요 충족
원전활용도 높여야 전기 수요 충족
전략과 로드맵은 그동안 취약했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대격동의 시간을 맞고 있다. 세계 빅테크들까지 대거 참전하면서 칩전쟁은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띤다. AI 시대 맹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하려는 미국 테크기업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브로드컴과 손잡고 구글이 내놓은 텐서처리장치(TPU)가 시장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TPU는 범용 AI칩인 GPU와 달리 추론 등 AI에 특화된 칩이다. 전력효율이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 엔비디아 독주에 파열을 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메타, 아마존 등 거물들도 자체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빅테크들의 AI 칩전쟁이 거세지면 메모리 반도체는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 된다.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우리로선 새로운 기회다. 하지만 압도적인 우위에 있던 메모리칩 위치가 중국의 맹추격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는 사실은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금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어느 때보다 맹렬하다. 미국이 그간 금지했던 엔비디아의 H200 칩 빗장을 푼 것도 중국의 위력적인 기술과 제조능력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중국 창신메모리 등 후발업체들은 잇달아 국내 기업과 비슷한 성능의 칩을 공개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초격차 기술에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AI 기술 전쟁은 국가의 장기 지원 로드맵 없인 불가능하다. 열세인 시스템반도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민간의 첫 반도체 합동 간담회는 이런 차원에서 마련됐다.
정부의 AI 반도체 육성 전략이 성공하려면 전력과 인재, 자금이 뒷받침돼야 한다. AI 생태계를 구동시키는 자원이 전기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선 원전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세계 각국이 원전 공사를 늘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도 원전 확보에 사활을 건다. AI 승패가 전력에 달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앞서 확정된 신규 원전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여론조사와 토론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한다. 실무를 논의할 위원회 구성원엔 환경, 시민단체 인사가 다수 포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편향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부는 고급인력 확보를 위한 반도체 대학원대학 신설, 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300명의 석박사급 인재 양성 계획도 발표했다. 인재 확보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는 시도해 볼 만하다. 하지만 첨단인력들의 유연한 근무제도를 지원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첨단기술직에 한해선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해 주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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