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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대화 위한 '5개월 전투' 나선 정부…4월까지 보릿고개[한반도 GPS]

뉴스1

입력 2025.12.11 05:01

수정 2025.12.11 05:01

정동영 통일부 장관. 2025.6.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2025.6.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편집자주]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정부는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북미·남북 대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년 4월까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관건적 시기"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그의 관심과 보폭을 한반도로 넓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같은 청사진을 그리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다시 돌아오겠다"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한국을 찾으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습니다.

그러나 김 총비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제의를 침묵으로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떠나며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고, 정부는 그 기회를 내년 4월에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내심 '중국의 역할'도 기대하는 듯합니다. 지난해엔 유독 소원했던 북한과 중국이 올해 들어 다시 혈맹관계를 복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북미 대화를 주선할 수도 있다는 하나의 시나리오를 세운 것입니다.

통일부에선 '5개월 전투'가 유행어…美 대북정책 구체화 동향은 '청신호'

지난달에 만난 한 통일부 당국자는 '5개월 전투'라는 말을 썼습니다. 내년 4월 북한과의 대화 성사를 위해 정부가 사활을 걸고 준비하고 있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입니다. '150일 전투·100일 전투'와 같은 표현은 사실 북한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전'을 구사할 때 사용합니다. 전투에 임하는 마음으로, 죽기 살기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북한 특유의 선전 방식입니다.

물론 '5개월 전투'가 정부의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정부가 북한의 표현까지 차용할 정도로 내년 4월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인지됩니다. 통일부는 최근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명문화하려는 듯한 동향을 보인 것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한미는 최근 '대북정책 논의를 위한 정례회의' 가동을 검토 중인데,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외교·안보·군사 분야 최상위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을 공개한 데 이어 곧 새 국방전략(NDS)을 발표한 뒤에 대북정책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후 미국 측 북핵 협상의 수석대표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임명이 이어진다면 내년 4월을 맞이할 미국 측의 준비도 마무리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관계 도약' 원년 추진하는 정부…北 변화 조짐은 '제로'

정부가 '5개월 전투'까지 각오하는 이유는 내년을 남북관계 '회복'을 넘어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구상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일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밝혔습니다. 위 실장은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라며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서 북한·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남북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치들을 더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까진 대화에 나설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 인민에게 당의 지향점을 알리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연일 성과를 독려하고 성장을 위한 결속을 다지는 데 집중할 뿐입니다. 과거 '대화의 조짐'으로 해석됐던 북한의 공세적인 담화나 무력 도발도 요즘은 뜸합니다.

북한은 지난 9일 올해 사업을 결산하고 내년 초에 개최할 제9차 노동당 대회 준비를 위한 '연말 전원회의'를 시작했지만, 정부 내에서도 '중대한 변곡점'이 없다면 북한이 한동안 '적대적인 남북 두 국가'를 강화하고 미국과도 냉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묵묵부답인 북한을 내년 4월까지 북미·남북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한목소리가'가 중요할 텐데, 아직 한미는 물론 우리 정부도 부처의 의견이 통합된 대북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조건적 한목소리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자주파'와 '동맹파'와 같은 말이 계속 회자되는 등 '진영 다툼'을 봉합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조금 우려스럽습니다.

의지는 강한데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현시점에서, 정부의 '5개월 전투'는 보릿고개를 넘기듯 쉽지 않은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화냐 아니냐를 떠나서, 격렬한 전투 후에 확실한 국익이 기다리고 있기를 희망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