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국민연금, 1470원대서 전략적 환헤지 가동…"수익성 확보 vs 정책 논란"

뉴스1

입력 2025.12.11 06:03

수정 2025.12.11 06:03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환전소 전경.ⓒ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환전소 전경.ⓒ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70원을 넘나들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최근 '전략적 환헤지'를 재가동했다. 원화 강세 전환 가능성에 선제 대응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외환시장 안정 조치에 공적 연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전략적 환헤지 발동 기준선을 환율 1480원으로 추정했으나, 실제 헤지는 1473원 안팎에서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환헤지는 국민연금이 상시적 환헤지를 전면 중단한 뒤 2022년 새로 도입한 제도다.

전술적 환헤지가 외환 익스포저의 ±5% 이내에서 한시적으로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이라면, 전략적 환헤지는 달러·원 환율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해외자산의 5~10%를 대상으로 미리 확정(헤지)된 환율로 선물환을 매도하는 방식이다.

환율을 그대로 두면 변동금리처럼 등락을 모두 떠안지만, 전략적 환헤지를 통해 일정 수준에서 환율을 고정하고 급등락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제도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와 올해 12·3 비상계엄 여파로 환율이 요동쳤을 때도 발동된 바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종가 기준)은 지난달 24일 1477원까지 올랐다가 27일 1465원까지 떨어졌고, 이달 10일 기준 1470원대에 머물렀다. 외환 딜러들은 이 시점에서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WGBI 편입 앞두고 원화 강세 대비"…'환율 하락'에는 의구심 여전

내년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원화 강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전략적 환헤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환율 상승기에는 헤지로 인해 구조적 손실이 발생해 장기 기대수익률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환율이 하락할 때(원화 강세)는 환차손을 방어해 수익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IB들의 달러·원 환율 전망을 보면,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서 하반기에 외국인 자금 약 800억 달러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환율 전망이 지금처럼 높게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전략적 환헤지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내년 WGBI 편입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환차손을 막기 위해 미리 헤지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다만, 환율 하락세 전환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나 재정정책 변화 같은 대외 변수 외에는 원화 강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 확대 속도를 고려해 해외 현지에서의 해외채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과,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외화 선조달 규모 확대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 수익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외환시장 안정 장치를 보완하려는 조치로, 2015년 중단한 상시적 환헤지의 일부 재개 가능성까지 정책 검토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조달은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분산 매수해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식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고환율 대응을 위해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올해 말 종료되는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동시에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와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키기 위한 '뉴 프레임워크'(new framework) 구축 작업에 착수해, 연금 운용 구조 전반을 재검토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전략적 환헤지 효과 "단기 수익성에 긍정적" vs "정책적 논란"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전략적 환헤지를 두고 원화 강세에 대비한 합리적 운용이라는 평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공적 연기금을 동원하는 것은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WGBI 편입과 더불어 내년 상반기 미 연준의 완화적 통화기조로 달러가 제한적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며 "국민연금이 원화 강세에 대비해 현 환율 수준에서 일정 비율 환헤지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100% 환헤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10% 내외 정도라면 수익성에 큰 해를 미치지 않을 수 있다"며 "내년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수익률에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WGBI 유입과 연금 헤지가 더해져야 환율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며 "연금 환헤지는 운용의 안정성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레벨"이라고 말했다.


반면,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국민연금을 끌어들여 환율을 낮추려는 접근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했으며, 민세진 동국대 교수 역시 "거시경제 상황 대응을 위해 연금을 활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국민 노후 자산을 희생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보호하기 위해서 지금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며 "당장의 환율도 문제지만 국민들의 노후 자산을 보호하려면 환율로 이익을 보면 헤지도 하고 다양하게 대응해 수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