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뉴스1) 신성훈 기자 = 24년 전 초등학생 씨름선수를 폭행해 숨지게 한 코치가 다른 초·중·고교를 거쳐 현재 실업팀 감독을 맡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씨름계와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11일 씨름계 인사 등에 따르면 지난 2001년 8월7일 오전 7시 경북 문경시 점촌초교 씨름부 학생 11명이 전지훈련으로 간 광주 공설운동장에서 달리기 도중 A 군(당시 12세)이 뒤처진다는 이유로 코치 B 씨(당시 28세)가 A 군의 머리와 몸을 주먹과 발로 때렸다.
B 씨의 구타로 의식을 잃은 A 군은 5시간 동안 숙소에 방치돼 있다 결국 숨졌다. 당시 A 군은 몸무게 90㎏이 넘었으며,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촉망받는 선수였다.
부검 결과 A 군의 사망 원인이 심장질환 등으로 밝혀져 B 씨는 폭행치사에서 과실치사 혐의로 공소 내용이 변경됐다.
당시 씨름 관계자들에 따르면 B 씨는 피해자 부모와 합의해 1년여간 복역한 후 출소했다.
몇개월 후 상주 함창초교 씨름부 코치로 재직해 2010년까지 근무한 그는 이후 점촌중, 문창고 씨름 코치로 근무한 뒤 현재 문경시청 씨름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 사유 등)에는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임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B 씨는 "오래전 죗값을 다 치렀고 아이의 부모와 합의했다"며 "다시 초등학교 코치로 들어갈 당시에는 재능기부의 형태였다. 결격 사유가 있었다면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해 "공무원이 아닌 외부 강사는 학교와 별도의 계약을 맺을 수 있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에서는 결격 사유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씨름부 자녀를 둔 학부모는 "아무리 20년 전이라 해도 사망사건 후 바로 초등학교에 근무한 것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B 씨의 제자들은 "당시 폭행이 너무 심했다. 병원에 실려간 아이들이 많았다"며 "주먹질과 발길질은 기본이고 사람으로 취급받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씨름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 B 씨가 그런 식으로 애들을 다뤄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했다.
해당 초등학교 관계자는 "너무 오래된 자료여서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경시청 관계자는 "너무 오래된 사건이고 (B 씨를) 채용할 당시에는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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