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최근 '초장기 상승·불건전 요건' 충족으로 잇달아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돼 논란이다. 중소형주 주가조작을 막기 위해 만든 한국거래소의 시장경보 제도가 정작 초대형 우량주에만 반복 적용되고 있어서다. 제도 취지와 달리 정상적인 수급까지 투자주의 대상이 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한 차례도 지정된 적이 없었다.
SK하이닉스가 반복적으로 투자주의종목에 지정된 배경에는 거래소가 지난 2023년 10월 신설한 '초장기 상승·불건전 요건'이 있다.
이 요건은 특정 종목이 1년간 200% 이상 상승하고, 최근 15거래일 중 상위 10개 계좌의 매수 관여율이 일정 기준 이상인 날이 4일 이상 반복될 경우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투자주의 종목에 지정된 후 일정기간 소수계좌 관여가 계속될 경우 투자경고 종목으로 격상된다. 이 경우 신용매매가 불가능해지고, 담보거래 제한 등 추가 조치를 발동한다.
지난 2023년 영풍제지, 삼천리(004690), 대성홀딩스(016710) 등 소수 계좌를 활용해 장기간 주가를 올려 감시망을 회피한 신종 주가조작 사례가 발생하자 해당 규정을 신설했다.
문제는 이 조항이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이자 시총 410조 원이 넘는 SK하이닉스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점이다.
최근 1년간 주가가 200% 이상 오른 효성중공업(298040),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등 대형주들도 잇달아 해당 요건에 걸려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위 계좌 관여율은 중소형주에서는 주가조작 감지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하루 거래대금만 수조 원에 이르는 대형주는 외국계 헤지펀드, 기관 자금, 프로그램 매매 등 정상적인 수급도 '소수 계좌 쏠림'으로 기계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는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100만 원, 효성중공업은 300만 원까지 바라보고 있다. 정상적인 산업 호황과 외국인 수급 유입에 따른 상승 흐름임에도 시장경보가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투자자들은 오히려 "투자주의종목 지정은 훈장", "누군가가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한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반응하기도 한다. 반복적인 경보 발생으로 제도의 경고 효과라는 취지도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 경보 제도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시장에 알리는 취지"라며 "현상을 숨기지 않고 공시하는 것이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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