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개선 호재로 상반기 부진을 딛고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크게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예기치 못한 '고환율'이 덮친 데다 '세제 역차별' 문제가 여전히 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위한 투자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정제마진으로 인해 4분기 일시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수는 있겠지만 고환율과 세제 및 정책 리스크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긴장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4분기 수익 개선 기대에도…"고환율 때문에 정제마진 효과 상쇄될 것"
11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복합 정제마진이 배럴당 19달러대를 기록하며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정유사 4분기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국내 정유 4사(GS칼텍스·에쓰오일·SK이노베이션·HD현대오일뱅크)의 상반기 영업 손실은 1조 3000억 원이 넘었지만 3분기 정제마진 개선 효과로 1조 원대 흑자로 돌아서며 수익성을 회복했다.
정제마진은 정유 회사들이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나프타, 항공유 등 석유 제품을 팔고 남긴 평균 이익으로 보통 4~5달러 수준이면 손익분기점으로 추정된다.
최근 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약 19달러선까지 오르며 2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호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러나 정유업계에서는 예기치 못한 고환율이 수출보다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산업 특성상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 정유 4사가 1년간 수입하는 원유 규모는 10억 배럴 이상인 반면 원유를 정제해 수출하는 양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1000억 원 안팎의 환차손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원 환율은 현재 1470원대를 넘어섰고, 증권가에서는 1500원 돌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갑작스러운 환율 폭탄으로 개선된 정제마진 효과도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상반기 적자 폭을 하반기 메우려는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현재 19달러면 업계 수익이 개선될 만한 수준"이라면서도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 원가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정제마진의 실적개선 효과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4분기 실적을 전망하기는 이르지만 상반기 적자 폭이 컸던 만큼 고환율로 인해 하반기 실적 개선 효과가 상반이 손실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제 리스크도 발목…중유 적용 개소세 '역차별' 지적
정유업계는 '역차별' 요소가 있는 세제 및 정책 리스크도 구조적 변화를 끌어내는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유에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문제다.
보통 개별소비세는 세제 설계상 최종 소비재에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내에서는 원료용 중유에도 리터당 17원의 개소세가 일률 부과되고 있다. 업계에선 석화 산업의 원료 석유나, 철강 및 시멘트 산업 원료 유연탄에는 개별소비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과 비교했을 때 차별적인 조처라고 지적한다. 정유업계는 중유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로 연간 수백억 원 수준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DC) 국가 및 전 세계 66개국 중 원료용 중유에 소비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쟁에서도 역차별적인 개소세가 발목을 잡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원료용 중유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개선이 이뤄질 경우 경쟁력 확보 및 실적 개선에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회에선 내년부터 3년간 원료용 중유 개소세 면제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실제 세법 개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탈탄소 전환 대응 등 신사업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제마진으로 인한 재원 확보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서라도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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