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저평가 탈출 기대"…SK하이닉스, 美 ADR 상장 검토에 주가 '들썩'

뉴스1

입력 2025.12.11 07:24

수정 2025.12.11 09:32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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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 SK하이닉스 주식 가치 비교 (야후 파이낸스 화면 갈무리)
TSMC와 SK하이닉스 주식 가치 비교 (야후 파이낸스 화면 갈무리)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자사주를 활용해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해외 반도체 기업 대비 저평가된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2만 1000원(3.71%) 오른 58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SK하이닉스가 조회공시를 통해 "자기주식을 활용한 미국 증시 상장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주가는 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약 2.4%에 해당하는 1740만 7800주를 ADR로 상장하는 방안을 놓고 해외 투자은행(IB)들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예탁증서(DR)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주식을 유통·발행할 수 있도록 만든 증권이다. 미국에서 발행될 때는 ADR이라고 부른다. 사실상 미국 내 상장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ADR이 상장될 경우 미국 투자자들도 SK하이닉스 주식을 간접적으로 매매할 수 있게 돼 글로벌 자금 유입 창구가 넓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만 투자하는 롱온리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자금 유입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현재 구조와는 수급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국내에서는 SK텔레콤(017670), LG디스플레이(034220), 포스코홀딩스(005490), KT(030200), 한국전력(015760) 등이 ADR을 발행한 바 있다.

해외 사례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1997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ADR을 상장했다.

TSMC의 ADR 상장은 본주 주가 재평가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1배로 SK하이닉스(11.2배)보다 훨씬 높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역시 ADR 상장을 통해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 수준의 밸류에이션(가치)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KB증권에 따르면 내년 추정 실적 기준 마이크론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2배, SK하이닉스는 2.1배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ADR을 발행할 경우 마이크론과의 밸류에이션 차이를 단숨에 좁힐 것으로 추정한다"며 "ADR 공식화만으로도 주가는 그 차이의 반절가량이 단숨에 재평가될 수 있고 나머지 반은 ADR 발행 과정에서 서서히 상승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사주를 활용한 ADR 상장이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의 우회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개정안에는 신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소각하고, 기존 보유 주식도 일정 기간 내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ADR로 활용하는 방식이 정책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