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건보공단 심포지엄,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발표
‘연명의료중단 및 보류 사망자의 생애말기 의료비’
한은에선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주제로 발표
‘연명의료중단 및 보류 사망자의 생애말기 의료비’
한은에선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주제로 발표
임민경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생애말기 의료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한은-건보공단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국민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한 결과 연명의료 중단·보류 이행 이점이 사망 1개월 전인 경우 이 기간 건강보험 급여항목 기준 해당 환자 의료비는 평균 460만원으로, 일반 사망자(910만원)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임종에 임박해 중단 및 보류를 결정했을 땐 의료비가 증가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실질적 사전돌봄계획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선 현재 ‘임종기’로 규정하고 있는 이행 시점을 앞당겨 환자들이 충분한 숙고를 통해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족보다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 중단·보류를 결정할 때 생애말기 비용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망 전 1개월 총 의료비를 보면 가족 결정군은 1211만원인 반면 환자 결정군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기준 1023만원이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쓴 경우 그보다 적은 857만원이었다.
의향서는 19세 이상 국민 누구나 향후 연명의료에 대한 선호를 미리 기록하는 서류고, 계획서는 말기환자가 의료진과 함께 작성한다.
호스피스 이용률도 환자 결정군(계획서 44.5%, 의향서 23.9%)이 가족 결정군(9.1%) 대비 월등히 높았다. 임 부연구위원은 “환자 자기결정이 임종기 삶의 질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의료 이용 효율성에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임 부연구위원은 연명의료결정제도 개선 방안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제도의 질적 도약 △지역, 소득, 교육 수준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자기결정권 추구 및 접근성 개선 △이행 시기 검토 및 윤리적 의사결정 체계화 등을 제시했다.
이어 이인로 한은 경제연구원 인구노동연구실 차장은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환자선호와 의료현실의 괴리, 그리고 보완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 환자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3~2023년 65세 이상 사망자(259만명) 의료이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3~2017년 중 사망자의 약 55%가 평균 19일 간 연명의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후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중단 건수가 늘었음에도 연명의료를 받은 환자 비율은 2023년 67%(평균 21일)로 높아졌다. 이인로 한은 경제연구원 인구노동연구실 차장은 “연명의료 시술을 여러 차례 받은 뒤에야 중단하는 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관련 제도가 정착해가고 있긴 하다. 2018년 3만1000건이었던 연명의료 중단 건수는 지난해 7만건으로 늘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는 지난 8월 기준 누적 3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환자들 뜻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응답자 84.1%는 회복 가능성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고 답했으나 실제 65세 이상 전체 사망자 가운데 연명의료 유보·중단 비율은 16.7%에 불과했다.
상당수 환자들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높은 신체·정신적 부담 속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환자 의사표현이 가능할 때 자신의 뜻을 미리 구체적으로 남기고 이 의사가 현장에서 이해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날 심포지엄 세션2 정책 토론은 장성인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이 좌장을 맡고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의료의 지속가능성: 제도, 윤리 그리고 재정의 통합적 관점’을 주제로 신성준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최경석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은정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센터장 등이 참석해 진행됐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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