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 이슈노트: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회복 불가능’ 65세 이상 84.1% 연명의료 거부
하지만 실제 현실화되는 비중은 16.7%에 불과
연명의료 환자 수 증가는 제도적 문제에 기인
연명의료 결정 절차별로 제약 요인 존재해
‘회복 불가능’ 65세 이상 84.1% 연명의료 거부
하지만 실제 현실화되는 비중은 16.7%에 불과
연명의료 환자 수 증가는 제도적 문제에 기인
연명의료 결정 절차별로 제약 요인 존재해
11일 한국은행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환자선호와 의료현실의 괴리, 그리고 보완방안’에 따르면 2013~2023년 65세 이상 사망자(259만명) 의료이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3~2017년 중 사망자의 약 55%가 평균 19일 간 연명의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후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중단 건수가 늘었음에도 연명의료를 받은 환자 비율은 2023년 67%(평균 21일)로 높아졌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관련 제도가 정착해가고 있긴 하다. 2018년 3만1000건이었던 연명의료 중단 건수는 지난해 7만건으로 늘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는 지난 8월 기준 누적 3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환자들 뜻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응답자 84.1%는 회복 가능성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고 답했으나 실제 65세 이상 전체 사망자 가운데 연명의료 유보·중단 비율은 16.7%에 불과했다.
상당수 환자들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높은 신체·정신적 부담 속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이에 환자 의사표현이 가능할 때 자신의 뜻을 미리 구체적으로 남기고 이 의사가 현장에서 이행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게 이번 보고서에 담긴 주장이다.
이 차장은 “연명의료 중단과 마찬가지로 희망하는 경우에도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보장돼야 한다”며 “연명의료결정법 관련 제도의 취지는 특정 선택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삶과 죽음의 전 과정에서 개인의 가치와 선호가 의료 결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연명의료 환자들 신체적 고통도 크다. 한은이 산출한 ‘연명의료 고통지수’를 보면 환자 평균 신체적 고통은 단일 질환·시술에서 경험하는 최대 통증의 약 3.5배였다. 고통지수 상위 20%의 경우 이 수치는 12.7배에 달했다.
연명의료 환자 수는 2013~2023년 연 평균 6.4%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라는 요인이 크긴 하지만 연명의료 결정 과정상의 제약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사전 논의→ 의료기관 선택→ 임종기 판정→ 중단이후 돌봄 등 모든 절차에서 문제점이 포착됐다.
우선 한국 사회는 죽음에 대한 논의를 기피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이 탓에 환자가 생애말기 의료에 대한 의사를 사전에 표현하기 어렵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임박해서야 의제를 꺼내고, 가족 구성원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중단 결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연명의료를 전반적으로 중단할지 여부만 선택하도록 돼있어 개별 시술에 대한 선호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다음 의료기관 선택 단계에선 연명의료 중단 절차 개시를 위해 필수적인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이 적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 7월 기준 상급종합병원엔 100% 설치돼있으나 종합병원(65%), 요양병원(11%), 병원(3%)으로 갈수록 그 비율이 낮다. 그 대안으로 탄생한 공용윤리위원회는 전국에 13개뿐이다. 이곳에서 약 200개 의료기관 위탁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행정적 부담이 상당하다.
임종기 판정 단계에선 이에 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주관적이고 불명확하다는 제약이 있다.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 환자에게도 시술이 계속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다. 끝으로 중단 이후 돌봄 단계에선 호스피스·완화의료 기관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기준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103개소인데, 이마저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환자, 가족, 사회에 부담
환자 의사와 괴리되는 연명의료 현실은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과 사회에도 고통을 준다. 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 동안 지출하는 ‘생애말기 의료비(본인부담금 기준)’는 2013년 547만원에서 2023년 1088만원으로 뛴 것으로 집계됐다. 연 평균 7.2%씩 늘어 10년 만에 약 2배가 된 셈이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의 40% 수준이기도 하다.
나아가 생애말기 의료체계의 구조적 불균형을 심화할 여지도 있다. 연명의료에 의료 자원이 투입되면서 수요가 높은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에는 자원이 부족해진다는 뜻이다. 건강보험 급여지출 증가분 중 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한 의료비 기여율은 2014년 3.6%에서 2022년 15%로 상승했다.
이 차장은 주요 보완책으로 △대국민 홍보 강화와 제도 참여 경로 확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개인화 △제도 사각지대 및 이행시점 문제 해소 △생애말기 돌봄의 연속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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