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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얼마나 없으면" 부산 지하철 부기역명, 5곳 모두 병원

뉴시스

입력 2025.12.11 10:22

수정 2025.12.11 11:08

새로 계악 5개역 모두 개인병원…서면역 17년 만에 낙찰 "역명은 도시·기업 브랜드…부산 산업 생태계 취약 드러나"
[부산=뉴시스] 진민현 기자 = 부산 광안역 역명 아래 병원이 부기역명으로 적혀 있는 모습. 2025.12.11 trut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진민현 기자 = 부산 광안역 역명 아래 병원이 부기역명으로 적혀 있는 모습. 2025.12.11 trut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진민현 기자 = 최근 부산교통공사가 실시한 부기역명 입찰에서 5곳 모두 병원이 입찰을 따내자 지역을 대표할 기업 부재와 함께 부산이 '병원 도시'로 굳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1일 도시철도 1~4호선 92개역을 대상으로 부기 역명 입찰을 진행한 결과, 서면역 등 5개 역의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부기역명은 역명 아래 병기되는 명칭으로 통상적으로 지역 기관·기업 홍보에 활용된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계약된 부기역명 5개는 모두 병원이다. 서면역은 '청맥병원', 온천장역은 '우리들병원', 범내골역은 '이샘병원', 서대신역은 '삼육부산병원', 서동역은 '세웅병원'이 각각 낙찰 받았다.



특히 서면역은 높은 가격 탓에 한차례도 팔리지 않다가 17년만에 낙찰되기도 했다. 현재 서면역의 역명 부기 기초 가격은 1억1026만원으로 부산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청맥 병원의 최종 낙찰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11일 현재 부산 도시철도 부기역명이 적용된 22개역 중 15곳이 병원이다. 일정 금액 이상을 지불하고 참여할 지역 기업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은 28곳으로, 전년 대비 3곳 줄며 역대 최저였다. HD현대마린솔루션과 극동건설은 수도권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부산은행의 전국 순위도 119위로 지난해 (111위) 8계단 하락했다.

[부산=뉴시스] 부산교통공사 역명부기 유상판매 자료. 현재 부산 도시철도 부기역명이 적용된 22개역 중 15곳이 병원이다. (표=진민현 기자)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부산교통공사 역명부기 유상판매 자료. 현재 부산 도시철도 부기역명이 적용된 22개역 중 15곳이 병원이다. (표=진민현 기자)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지역 산업 기반 약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부기역명 5곳 모두 병원으로 선정된 것은 고액 입찰을 감당할 만한 현금 흐름을 가진 산업이 부산에서는 의료업계에 사실상 한정돼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로 인해 부산이 역동적 산업도시가 아니라 초고령화·의료 중심 도시라는 이미지로 고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부산 산업 구조가 생산 중심에서 소비·돌봄 중심으로 치우친 현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는 최고가 입찰만 고집할 게 아니라 공익성을 강화해 향토기업·공공·문화시설 등에도 문턱을 낮춰 역명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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