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쟁력 강화" vs "성평등 아직"…동덕여대가 불 지핀 '여대 존폐론' 논쟁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1 16:41

수정 2025.12.11 19:29

동덕여대 공학 전환 논의
학령인구 줄며 경쟁 심화
여대만의 정체성과 차별성 흐려져
전문가들 "여대, 대응책 마련해야"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교문에 학생들이 만든 손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교문에 학생들이 만든 손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동덕여대가 오는 2029년부터 남녀공학 전환을 공식화함에 따라 여자대학의 존치 필요성에 대한 찬반 논쟁에 불이 다시 붙었다.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대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대가 생존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덕여대는 오는 2029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학교 측은 재정난과 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실제로 학령인구 감소 등 위기로 인해 여대의 생존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대학 입학 자원은 오는 2031년까지 40만명 안팎을 유지하다 다시 계단식으로 급감해 2040년부터는 30만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학령인구가 줄면 특히 지방대나 여대가 재정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원율, 충원율, 유지충원율(대학에서 정해진 기간 모집인원 등을 일정 수준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비율) 등 여러 지표를 살펴봤을 때 이미 여대는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면서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구조적으로 이공계 비중이 작아 각종 투자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여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동덕여대 공학전환 타당성 분석 조사를 한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첨단인재 10만 양성 체계 구축사업'에 전국 50여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데 여대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1990년대 여대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된 한 대학의 관계자는 "남녀공학 전환 때문만이라고 단언할 순 없겠지만 공학 전환 이후 공과대학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여대의 정체성과 차별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열어주자는 취지로 여대가 설립됐으나 여성의 남녀공학 대학 진학이 보편화됐다는 의미다. 작년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6.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여대라고 해서 여성학이나 젠더 관련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하지도 않고 있다. 서울 소재 여대를 졸업한 윤모씨(29)는 "대학영어, 글쓰기, 종교 수업은 필수였지만 젠더 관련 과목은 아니었고 그마저도 한 학기에 교양 과목으로 1~2개만 열렸다"면서 "방학 때 특강 형식으로 3시간 정도 여성학 관련 수업을 들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대를 폐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대만큼 여성에게 리더십과 독립심을 키울 기회를 주는 공간이 아직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소재 여대를 졸업한 박모씨(30)는 "남녀공학 대학에 다녔던 친구들 말을 들어 보면 총여학생회장이면 몰라도 총학생회장은 남성이 맡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면서 "꼭 성별 때문에 당선됐다고 볼 순 없겠지만 여대에서 여성들이 쌓을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여대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경험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은 여대의 큰 강점 중 하나"라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명문의 전통을 잇는 여대가 많다"고 전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