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실질실효환율 절하, 무역 불균형 심화"
EU "중국산에 고관세 검토"
미중 관세 휴전 틈타 유럽 무역적자 514조원 경고
EU "중국산에 고관세 검토"
미중 관세 휴전 틈타 유럽 무역적자 514조원 경고
[파이낸셜뉴스] 중국의 연간 상품 무역흑자가 사상 처음 1조달러(약 1468조원)를 돌파할 전망인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양측이 동시에 중국에 무역 구조 조정과 환율 정상화를 촉구했다. 중국의 약한 내수·공급 과잉·저평가된 위안화가 결합하면서 글로벌 무역질서 왜곡이 심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중국을 향한 고율 관세 압박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0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중국의 낮은 인플레이션은 실질실효환율을 상당폭 절하시켜 중국 수출품 가격 경쟁력을 과도하게 강화했다"며 "이로 인해 중국의 수출 의존 구조가 유지되고 무역 불균형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의 상품 무역흑자는 1조759억달러에 달해 연간 기준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대미 수출입에서는 수출이 18.9%, 수입이 13.2% 감소해 양국 간 교역 축소 흐름이 뚜렷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국 경제 규모는 이제 수출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단계에 왔다"면서 "수출 주도 모델이 지속되면 글로벌 무역 긴장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이날 중국의 성장률 전망도 올해 5.0%, 내년 4.5%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는 미중 관세 휴전과 중국의 거시부양책이 단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중국의 환율 정책과 무역 구조에 대한 비판은 유럽에서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 보고서는 올해 유로 대비 위안화 가치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7.5% 하락)했다며 "저평가된 위안화가 사실상의 수출 보조금 역할을 한다"고 비판했다. 옌스 에스켈룬드 회장은 "실질실효환율이 중국 경제뿐 아니라 중국의 모든 무역 파트너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해야 한다"며 중국발 가격 경쟁 압력에 대한 유럽의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같은 기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고로 더욱 구체화됐다. 그는 중국 국빈 방문 직후인 지난 7일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유럽을 상대로 쌓아온 막대한 무역흑자에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EU도 수개월 내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같은 조치"라고 밝혔다. EU의 올해 대중 무역적자는 3000억유로(514조원)에 달한다. 그는 "중국이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던 물량을 유럽에 대거 돌리면서 유럽 산업이 이중 압력을 받고 있다"며 "유럽 산업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EU가 실제 고관세를 도입하려면 집행위원회 조사와 회원국 합의를 거쳐야 해 제도적·정치적 난도가 높지만, 전기차·배터리 등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제한적 고율 관세가 우선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중국 수출 모델과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동시에 한국 기업에도 규제 강화·경쟁구도 변화 등 파급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중국 경제는 약한 소비와 산업 공급 과잉 속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다.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2.2% 하락하며 38개월 연속 하락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7% 상승했지만 식품 가격 변동이 주된 요인이었다. 중국 정부는 환율 조작 의혹에 대해 "시장 원칙을 준수하고 있으며 정치적 목적의 개입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경제 #무역불균형 #위안화 #IMF #EU관세 #미중경쟁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