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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흥암서원'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 지정

뉴스1

입력 2025.12.11 11:06

수정 2025.12.11 11:06

상주 흥암서원
상주 흥암서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국가유산청이 경북 상주에 있는 '상주 흥암서원'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11일 새로 지정했다.

'상주 흥암서원'은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영남지역 노론계 사액서원으로, 조선후기 정치·학문사와 향촌 사회 변화를 함께 보여주는 자료로 가치가 인정됐다.

이 서원은 1702년에 처음 세워져 1705년에 임금에게 사액을 받고, 1762년에 지금 자리로 옮겨졌다. 이곳은 특히 조선 후기 남인의 중심지였던 영남지역에 자리 잡은 서인 노론계 서원이라는 점에서 정치사적으로 눈에 띄는 사례로 꼽힌다.

서원은 기호학파의 계보를 이은 산림학자 동춘당 송준길을 제향하며,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전국 47개 사액서원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인물사와 서원사 연구 자료로 평가된다.



송준길은 이이에서 김장생으로 이어진 기호학파의 학통을 잇고 송시열과 함께 서인 노론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인물이다. 상주 출신인 우복 정경세의 사위가 된 뒤 약 10년 동안 상주에 머물며 지역 인사들과 인연을 쌓았고, 이러한 연고와 집권 세력의 후원이 함께 작용해 사후에 '상주 흥암서원'에 제향되는 독특한 사례를 남겼다.

건물 배치와 평면은 기호학파와 영남학파 서원의 형식을 절충한 구조다. 서원 앞쪽에는 강학공간을 두고 뒤쪽에는 제향공간을 배치한 전학후묘형으로, 강학공간 안에서도 강당을 앞에 두고 그 뒤로 동재와 서재를 배치한 전당후재형 구성을 보인다. 이는 서인 노론계 기호학파 서원에서 자주 나타나는 배치 방식으로, 영남지역 서원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문 유형이다.

사당인 흥암사에는 1705년에 숙종이 내린 현판과, 1716년에 숙종이 직접 쓴 해서체 글씨에 '어필'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흥암서원 현판이 함께 걸려 있다. 왕이 내린 현판이 사당과 서원에 나란히 남아 있어 사액서원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물로 평가된다.

강당인 진수당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로 지어져 영남학파 서원 형식을 따랐다. 앞면 대청은 바깥으로 열려 있고 뒷면은 창호로 마감해 강학과 모임에 모두 쓸 수 있는 구조다.

대문 겸 숙소인 하반청은 동재와 서재에 거주한 원생보다 낮은 계층의 원생이 머물던 건물로, 다른 서원에서는 보기 힘든 구성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유산청이 공개한 사진 자료에서도 서원 전경과 배치도, 흥암사와 하반청의 모습이 함께 제시됐다.


흥암서원이 소장한 자료들은 조선 후기 영남지역 서인과 노론 세력의 분포, 서원의 인적 구성과 운영 방식, 사회·경제적 기반을 살필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지금도 해마다 봄과 가을에 춘추향사를 이어오고 있어, 제향 의례와 향촌 사회의 관계망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서원 문화유산이라는 점도 지정 사유에 포함됐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우수한 문화유산 잠재자원을 발굴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활용해 나가는 적극행정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