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2016년 이어 9년 만…40여개 분야 ‘5대 공정 추진’ 밝혀
“中, 영향력 확대 위한 ‘정치적 조건없는 원조’ 약속”
“경제 넘어 안보·군사 협력 심화·문화, 교육, 스포츠 교류 확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중국이 10일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LAC)에 대해 ‘공동 운명공동체 구축’ 등의 구상을 담은 정책 문건을 발표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일 서반구에 대한 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영향력 강화를 강조한 ‘2025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한 뒤 닷새 만에 나와 신 ‘먼로주의 정책’에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미 NSS 발표 5일 만에 발표
미군이 카리브해에 항모 전단까지 동원해 마약 단속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 공격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정책 문건은 중남미의 독립과 자율을 강조했다.
중국이 이날 발표한 ‘중국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정책 문건’은 양측의 운명공동체를 강조하고 이를 위한 ‘5대 공정(정책) 추진’ 계획 등을 밝혔다.
중국의 중남미 정책 문건은 2008년과 2016년에 이어 3번째이자 9년 만에 발표됐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양측은 공동 운명 공동체 건설을 위한 5대 프로그램 추진으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5대 공정은 연대, 발전, 문명, 평화 및 인적 교류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고위급 교류, 고품질 일대일로 협력, 무역 및 투자, 과학기술 혁신, 군사 교류 및 협력 등 40개 이상의 분야를 망라한다.
차이웨이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베이징에서 가진 문건 발표회에서 “새로운 시대 중국-LAC 관계를 위한 로드맵이자 지침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부장조리는 “공동 발전과 부흥을 촉진하고 중국-LAC 공동 운명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5대 프로그램은 LAC 국가들로부터 널리 환영받았다”고 말했다.
마틴 찰스 주중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 외교단 단장 겸 도미니카 대사는 “양측 관계는 단순히 경제 거래와 교류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경제적 상황을 초월하는 공유 가치와 더 번영하고 공정하며 지속 가능한 세상을 함께 건설할 수 있다는 깊은 신념에 기반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LAC 관계는 어떠한 제3자도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으며, 어떠한 제3자에게도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NSS가 명시적으로 서반구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반대하고 배제하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중국이 발표한 문건은 남반구에서 입지를 다지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치적 조건없는 원조’를 약속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美 겨냥 “국제 평화와 안보를 저해하는 강압적인 행동” 적시
문건은 서문에서 “세계 경제 성장은 충분한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 분쟁과 소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행동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저해하며, 인류 사회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건은 이어 “개발도상국이자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으로서, 중국은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와 항상 공동의 운명을 공유해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 등에 대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저해하는 강압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문건은 특히 중국이 역내 국가들에 제공할 개발 지원 방안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지원이 필요에 따라 제공될 것이며 “어떠한 정치적 조건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SCMP는 라틴 아메리카는 트럼프 집권 이후 파나마 운하 회수 주장 등 미국과 중국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핵심적인 지역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2월 첫 해외 일정으로 파나마,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과테말라를 방문하는 등 영향력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5월 베이징에서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장관급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서는 중국이 660억 위안(약 13조 6000억원)의 차관을 지원하는 3년 행동 계획이 채택됐으며 CELAC 회원국 정치인 300명이 매년 중국을 방문하도록 초청하도록 했다.
중국은 이번 문건에서 안보 및 군사 협력을 심화할 뿐만 아니라 문화, 교육, 스포츠 등 다른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성과 목소리를 강화하고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을 촉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건은 “다자간 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일방적인 횡포에 반대하며,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의 안정을 유지하고, 디 커플링‘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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