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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연속 금리인하에도 한은은 못 내린다…고물가·고환율에 발목

뉴스1

입력 2025.12.11 11:20

수정 2025.12.11 11:20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틀 일정의 회의를 마치고 10일(현지시간)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목표 범위를 3.5%~3.75%로 3연속 인하를 결정했다.연준 금리는 2022년 이후 최저로 내려왔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틀 일정의 회의를 마치고 10일(현지시간)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목표 범위를 3.5%~3.75%로 3연속 인하를 결정했다.연준 금리는 2022년 이후 최저로 내려왔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한미 금리차가 1.25%포인트(p)로 좁혀졌다. 시장에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달러·원 환율이 단기 고점을 확인하고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별개로 1400원대 고환율이 장기화하며 물가를 자극하고 있어,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파월 "인상은 없다"…금리차 축소에 "원화 가치에 긍정적" 분석

11일 한은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0.25%p 인하했다.

지난 9월과 10월에 이어 이달에도 연속으로 금리를 내리며 한미 금리 역전폭은 기존 1.50%p에서 1.25%p로 축소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은 누구의 기본 시나리오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시장의 긴축 우려를 불식시켰다 .

시장은 이번 연준의 결정이 원화 가치 방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차 축소로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되면서 환율이 하향 안정 흐름을 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FOMC 종료 직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하락세를 보였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은 단기적으로 상단은 형성했다고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달러 약세,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 정책당국의 대응 등을 감안할 때 1400원 초·중반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책당국은 최근 급등한 환율 흐름을 진정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며, 국민연금의 환헤지 수요 등도 단기적 안정 요인"이라며 "내년 1분기 중 하락 폭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연준의 금리인하만으로 환율이 1400원대 이하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구조적으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 정부·기업의 대미 투자, 한미 금리차 역전 지속 등으로 인해 달러 수요가 상시적이라는 점에서 중기적으로는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에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IB "리스크 관리 모드 종료"…연준 '속도 조절' 공식화

글로벌 IB 들은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성명서에 향후 금리 조정과 관련해 '시기와 규모'(extent and timing)를 고려하겠다는 문구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

모건스탠리는 "포워드 가이던스 변경과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추정 범위의 상단에 있다는 발언 등으로 리스크 관리 차원의 금리 인하 모드가 종결되고 데이터 의존적 스탠스로 전환함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

씨티(Citi) "9월 이후 금리 인하로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추정 범위에 들어왔다는 파월 의장 발언은 향후 인하가 보다 신중해질 수 있음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

도이치뱅크 역시 "향후 경제 여건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다리기(wait and see)에 좋은 위치에 있다는 파월 의장 발언은 연준이 추가 인하 지연 방향으로 기울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견해를 내놨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하 요건이 엄격해질 것"이라며 "당분간 연준의 금리 인하는 휴지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美 금리인하 지속에도 한은은 '조기 종료' 가능성…고환율·고물가 딜레마

미국이 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고환율과 고물가 우려가 겹치면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사실상 마무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물가 지표는 심상치 않다.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하며 재차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2.9%, 신선식품지수는 4.1% 상승해 체감 물가 부담이 여전하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이 1470원 안팎에서 장기화하는 현상도 물가 상승 압력을 부추기고 있다. 환율 상승은 시차를 두고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고, 이는 다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등으로 전이된다.
한은은 환율이 1%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가 0.03%p 오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시장에서는 고환율·고물가 압박 속에 내년 성장률 반등까지 예상되는 만큼, 한은이 금리를 더 내릴 명분이 약해졌다고 보고 있다.
주요 기관들은 내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인 2% 안팎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반등하고 있고 물가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라 추가 인하 명분이 약하다"며 "위험 관리 차원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기본 시나리오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