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서연 김종훈 기자 = 급전이 필요한 170여 명을 상대로 최고 1만 2000%의 이율로 불법대부업을 한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피해자가 원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초등학생 자녀에게까지 협박 문자를 보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8월부터 이달 2일까지 대부업법, 채권추심법, 이자제한법 위반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12명을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중 영업팀장을 포함한 4명은 구속됐다.
이 일당은 지난해 6월쯤 대구 지역 중·고등학교 선후배를 공범으로 끌어들여,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상대로 불법대부업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고, 경제적인 형편이 많이 어려웠다"며 "100만~500만 원 정도를 주 단위로 상환하는 대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100만~500만 원의 소액을 빌려주며, 법정 한도인 연 20%를 훌쩍 넘는 4000~1만 2000%의 이자율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 대부금은 약 5억 2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급하게 돈이 필요한 피해자의 상황을 이용해, 차용증을 들고 촬영한 피해자의 사진과 지인 연락처를 미리 받아둔 뒤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지인들에게 채무자가 유흥업소에 다닌다고 허위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채권추심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범행했다.
경찰은 "일부 피의자들은 인스타그램에 허위계정을 만들어서 해당 계정에 피해자의 사진이나 협박문자 메시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 등을 게시했다"며 "(피해자의) 지인들한테 문자를 보내면서 인스타그램에 피해자에 대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인스타그램을 타고 들어갈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피의자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단속 이후로 삭제된 상태다.
특히 일당은 일부 피해자의 초등학생 자녀에게까지 "성적 학대를 하겠다", "납치하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협박 문자를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에서는 일당의 협박에 못 이겨 자살까지 생각한 경우가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의자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하고 서로 가명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신분을 숨기기도 했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전화상으로 이뤄지는 대부업 특성상 자신들끼리의 대화 음성이 새어나갈 수 있어 실명이 노출되지 않기 위해 서로 아는 사이임에도 가명을 사용했다.
또 외부 노출이 되지 않는 대단지 고층아파트를 사무실로 이용하며, 1~3개월에 한 번 사무실을 이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던 중 범행 장소가 대구라는 점을 확인해, 지난 8월 일당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당시 20대 영업팀장과 팀원 5명이 검거되고, 휴대전화 15대와 노트북 7대, IP변작기(라우터) 5대와 현금 239만 원 등이 압수됐다.
이어 지난 2일에는 피의자 5명을 추가로 검거하며 휴대전화 7대와 노트북 4대, 현금 260만 원을 추가로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조직에 대해서는 미검자에 대해서도 신원을 다 확인한 상태"라며 "나머지 미검자들은 (범죄 기간·가담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로서는 구속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기는 하는데, 소환해 다 조사하고 검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 관계자는 "서민을 상대로 하는 불법대부업 등 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수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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