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김주원(23·NC 다이노스)은 편견과 싸운다. 좌우 양 타석 모두에 들어서는 '스위치히터'인 그는 데뷔 초창기부터 적잖은 지적에 시달려야 했다. 한쪽에만 집중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욕심'을 부린다는 것이다.
실제 한동안 득세하던 스위치히터는 최근 들어 보기 어려워졌다. KBO리그는 물론 일본, 메이저리그에서도 한쪽 타석에만 집중하는 흐름이 조성됐다.
그러나 김주원은 아랑곳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 자신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이들이 인정하고 응원하게 만들겠다는 당찬 각오다.
그래서 2025년은 김주원에게 의미 있는 한해였다. 정규리그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하면서 0.289의 타율에 15홈런 44도루 65타점을 기록, 데뷔 이래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그의 차지였다. 박찬호(두산), 오지환(LG), 이재현(삼성) 등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린 그는 데뷔 5년 만에 '리그 최고 유격수'로 공인받았다.
KBO리그 역사상 스위치히터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은 건 김주원이 최초다. 다른 포지션에선 박종호(2루수), 펠릭스 호세, 멜 로하스 주니어(이상 외야수) 등이 수상한 사례가 있지만 유격수 부문에선 전례가 없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가 타석에서 스위치히터를 시도한 적은 별로 없었는데, 김주원이 전 경기 출장에 '호타준족'의 활약을 펼치며 진귀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김주원은 "데뷔 이후부터 스위치 히터에 대한 여러 말을 들어왔다"면서 "그런 것들을 이겨내고 내 스스로 보완하고 성장하면서 골든 글러브까지 받았기에 더욱 뜻깊다"고 했다.
이어 "힘들었던 시기도 있지만 스위치히터를 내려놓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시던 분들이 나를 인정하고 응원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김주원의 생애 첫 '황금장갑'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에게 바치는 상이기도 하다.
김주원은 대표팀에 발탁돼 일본에 가 있던 지난달 12일 외조부상을 당했다. 빈소를 찾지 못한 그는 일본과의 평가전 2차전에서 9회말 2아웃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을 때린 뒤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김주원은 "수상 소감을 이야기해야할 때는 막상 생각이 안 나서 말씀을 못 드렸다"면서 "할아버지께서 직접 보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 것 같다. 그래도 하늘에서 지켜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할아버지가 도와주신 덕에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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