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여권의 입법 드라이브를 막기 위해 국민의힘이 연말 총력전에 돌입했으나 '당원게시판(당게)' 논란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으로 '단일대오'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사법개혁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면서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국회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에 돌입한다. 또 전날부터 국회 본관 앞에 천막 농성을 설치하며 대여투쟁 전면전에 나섰다.
문제는 이런 대여 공세의 동력이 당 내부에서부터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등 여권발 악재가 이어고 있지만 이를 공격 지점으로 활용하기도 전에 당게 논란과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당게 논란은 지난해 11월 한 전 대표 가족이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임명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중간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가족의 실명까지 언급했다. 잠복해 있던 논란이 당무감사위의 발표로 불씨가 살아난 것이다.
친한(한동훈)계는 개인정보보호법·정당법 위반 소지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시사했고,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까지 "당 전체에 불필요한 소모전을 만들고 있다. 지금은 내부 갈등이 아니라 대여 전선에 단합할 때"(부산 초선 김대식 의원)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영남 3선 윤한홍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정말 진짜 이 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전 대표도 그 시점에 잘못이 있었으면 사과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갔어야 되는데 그걸 못한 잘못이 있다"면서도 "통일교 문제, 이재명 대통령 잘못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될 판에 내부싸움 벌이는 건 좋지 않다"고 했다.
반면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유력 검토되는 구친윤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MBC라디오에서 당게 논란을 "천박한 여론 조작"으로 규정하며 "도둑질하다 잡힌 사람이 수갑 왜 세게 채우냐, 왜 밤에 잡냐고 따지는 꼴"이라고 친한계를 비판했다.
초선 의원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16일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윤한홍 등 잇따라 지도부 노선 전환 압박
지도부의 노선을 둘러싼 중진들의 공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12·3 비상계엄 1년 메시지를 계기로 노선 전환 요구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장 대표가 "비상계엄은 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선 조치"라고 밝히자, 중진들이 잇달아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이다.
윤한홍 의원은 지난 5일 장 대표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직격했다. 당내 최다선(6선)이자 국회 부의장인 주호영 의원 또한 8일 대구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처럼 윤어게인 냄새가 나는 방법은 맞지 않다"고 변화를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 면회, '우리가 황교안이다' 발언 등으로 강성 지지층과의 거리두기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도 노선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자 중진들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장 대표는 비판이 커지자 이번 주 내내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경청 행보'에 나섰다. 당무감사위 회의도 현장 감사 등을 이유로 순연하며 논란을 진화하는 중이다. 그는 최근 장 전 최고위원의 유튜브 채널 '멸콩 TV'에 출연해 "제가 계획했던 타임라인에 따라서 가고 있다"며 "앞으로 꿋꿋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장 대표는 당초 12월 말까지 강력한 대여투쟁에 무게를 두고, 연초부터 민생·당 혁신 전략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을 세웠던 만큼 조만간 구체적 변화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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