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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때 출산 앞둔 부인 두고 21세 전사… 故 서갑출 일병 ,75년만에 귀환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1 14:07

수정 2025.12.11 14:07

기계-안강 전투서 북한군과 교전 중 전사
친아들 해외 선교 중 며느리가 귀환 맞아
지난 2001년 4월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일대에서 발굴한 국군 제7사단 3연대 소속의 고(故) 서갑출 일병의 유해. 국유단 제공
지난 2001년 4월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일대에서 발굴한 국군 제7사단 3연대 소속의 고(故) 서갑출 일병의 유해. 국유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아이를 가진 아내를 두고 입대해 6·25전쟁서 북한군과 교전 중 산화한 유해의 신원이 국군 제7사단 3연대 소속 고(故) 서갑출 일병으로 확인됐다.

11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이날 생전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산화한 서 일병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족의 뜻에 따라 제주 서귀포에 거주하는 그의 친아들 서원직 씨(74)의 배우자이자, 고인의 며느리인 이정순 씨(72)의 자택에서 열렸다. 아들 원직 씨는 대구에서 교사로 재직한 뒤 퇴직해 인도 등지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행사를 주관한 국유단장 직무대리 조해학 중령(육군)은 유가족에게 호국영웅 귀환 패와 신원확인 통지서, 발굴 유품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했다. 이어 고인의 참전 경로와 유해발굴 경과, 신원확인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며느리 정순 씨는 "시아버님의 유해를 찾게 돼 정말 다행"이라며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제주 선산에 모신 시어머님과 국립묘지에 합장해 드리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

고인의 유해는 지난 2001년 육군 제50보병사단 장병들이 포항시 북구 기계면과 경주 안강읍 일대서 진행한 유해 발굴 때 발견했다. 이어 지난 2008년 국군대구병원에서 고인의 친아들 원직 씨와 고인의 남동생 서정욱 씨(83)가 유전자 시료를 제공했으나, 당시 분석기술의 한계로 혈연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최근에서야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고인은 1929년 1월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태어나 1950년 8월, 21살의 나이에 아내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들을 두고 입대했다. 육군 제1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친 뒤 국군 제7사단 3연대에 배치됐으며, 같은 해 8월 9일부터 9월 22일까지 전개된 기계-안강 전투에서 북한군과 교전 중 전사했다.

기계-안강 전투는 국군 수도사단이 북한군 12사단의 남진을 저지한 전투다. 고인이 소속된 국군 제7사단 3연대는 수도사단에 배속돼 전투에 투입됐다. 국군은 이 전투를 통해 기계와 포항지역 북방으로 후퇴하는 북한군을 추격하는 반격 작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인은 올해 국유단이 20번째로 신원을 확인한 호국영웅이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가족의 품으로 모신 국군 전사자는 총 268명으로 늘었다.

국유단은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호국영웅, 6·25 전사자의 신원확인을 위한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채취는 6·25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 기준으로 친·외가 8촌까지 신청 가능하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