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이용우 전 대법관이 최근 여권의 사법부 압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법관 각자가 용기와 사명감을 가지고 지켜내야 한다"고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이 전 대법관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대한민국 사법부의 나갈 길에 대한 저의 소신을 후배 법관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법관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진행된 공청회 종합 토론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 손을 들어 발언 기회를 얻었다. 이후 미리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 들고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은 자유민주주의의 요체"라고 발언을 시작했다.
이 전 대법관은 "오늘날 우리 정치권에서 이를 파괴하려는 위헌적 입법이 시도되고, 법관들의 재판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골적인 협박과 모욕주기 등의 행태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역사상 일찍이 보지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길은 너무나 분명하다"며 "온갖 압박에 굴하지 않고 사법부 독립을 꿋꿋하게 지켜 자유 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해 나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법관은 "사법부 독립은 외부에서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3000여 법관들 각자가 그들의 재판에서 용기와 사명감으로 지켜냄으로써 확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리고 법원 행정 당국은 법관들이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는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내부적·외부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오늘의 주제인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선배로서 전국 모든 법원 구성원에게 피 끓는 심정으로 호소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 전 대법관은 1964년 제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구지법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구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서울지법원장을 지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대법관을 역임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지난 9일부터 3일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을 논의하는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를 진행했다.
지난 9일 공청회에서 정지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변호사)은 "내란전담재판부를 허용한다면 다음 정권은 가령 선거 전담부를, 그다음은 재난사건 전담부를 만들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그때마다 사법부는 정치권 요구에 따라 재판부를 만드는 '정치적 하청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전국 법원장들도 내란전담재판부 및 법왜곡죄 도입과 관련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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