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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고령층 84%가 연명치료 거부…자기결정권 보장해야"

뉴시스

입력 2025.12.11 14:02

수정 2025.12.11 14:02

한은, 구조개혁 보고서 시리즈 BOK 이슈노트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보고서

(사진=인하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인하대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현행 연명의료 제도가 환자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하는 의료비가 1000만 원을 넘고, 치료에 따른 고통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생애말기 의료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이뤄지도록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은은 10일 BOK이슈노트의 일환으로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환자 선호와 의료 현실의 괴리, 그리고 보완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저출생·고령화, 입시제도 개선,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자율주행택시 도입 등 한은의 구조개혁 시리즈 일환으로, 이번 리포트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300만명을 넘어서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84.1%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거부 의향을 밝혔음에도 실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비율은 16.7%에 그쳤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

현행 제도가 환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환자들은 연명의료를 받고 싶지 않아 한다. 저자들이 산출한 ‘연명의료 고통지수’에 따르면, 연명의료 환자의 평균 신체적 고통은 단일 질환이나 단일 시술에서 경험하는 최대 통증의 약 3.5배에 달한다. 고통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환자가 겪는 고통은 이보다 큰 12.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환자들이 연명치료를 선택할 경우 고통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금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하는 ‘생애말기 의료비’ 평균도 2013년 547만 원에서 2023년 1088만 원으로 연평균 7.2%씩 늘어 약 2배로 불어났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의 40% 수준이다. 이외에도 간병인 고용과 가족 휴직 등은 추가 경제 부담으로 이어진다.

저자들은 연명의료가 환자 의사에 보다 부합할 경우 경제적 효용이 높아진다고 봤다. 이 경우 시술 비율은 70%에서 15%로 줄고, 연명의료에 투입되던 건강보험 재원 등 지원이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간병 지원으로 이어질 경우 2070년에는 13조 3000억 원을 생애말기 돌봄에 재배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현실에도 연명의료 환자는 매년 6.4%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인구 고령화라는 추세적 요인이 60%를 설명하고, 나머지는 연명치료 결정 전 과정에 걸쳐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제약되는 제도적,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우선 죽음에 대한 논의를 기피하는 문화가 환자의 평소 의사가 가족과 의료진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봤다. 현행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 중단 여부만 일괄 선택하는 구조로, 환자의 선호를 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기관이 종합병원과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등 일부 기관에 한정됐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연명의료 중단을 위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도 상급병원에만 이뤄지고, 공용윤리위원회를 소수 인력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임종기 판정이 주관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의료 현장에서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도 연명의료 시술이 계속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단 이후 돌봄 희망 비율이 91%에 달하지만, 암 사망자의 경우 실제 이용률은 23%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에게는 건강검진 항목 확대나 건강보험료 인하와 같은 실질적 혜택을 부여하는 인센티브 검토를 통해 환자들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온라인 등의 채널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환자의 연명의료에 대한 선택적 거부, 장기기증 의사, 인공영양공급 의사, 의료결정 대리인 지정 등 구체적 선호를 반영한 보다 ‘개인화’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서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중소병원과 요양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못한 채 의사 표현이 불가능해진 환자 보호를 위해, 환자가 평소 신뢰하는 사람을 사전에 지정하는 ‘의료결정 대리인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병행하고, 연명의료 중단 이후 생애말기 돌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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