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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G20 의장국 되자 남아공 따돌리기…차관회의 초청 안해

뉴스1

입력 2025.12.11 14:22

수정 2025.12.11 14:22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2026년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취임한 미국이 전년도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따돌리기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시작되는 G20 차관급 회의에 남아공을 초청하지 않았다고 11일 보도했다.

차관급 회의는 차기 의장국이 전년도 의장국과 협력해 의제를 조율하는 첫 단추 격 행사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미국이 주최하는 G20 관련 행사에 남아공을 초청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사실상 남아공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이 내세운 명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제기해 온 '남아공의 백인 박해'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남아공 정부가 제도적으로 백인 농장주들의 토지를 몰수하고 폭력에 방치하는 등 인종차별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남아공이 G20 의장국으로서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이라는 의제를 내세운 것이 다양성과 기후변화에만 치중한 반미주의적 행태라고 반발했다.

남아공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주장이 현실을 왜곡한 근거 없는 허위 정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부터 이어진 극심한 인종 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토지 개혁 정책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4년 민주화 이후에도 남아공의 백인 인구는 7%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전체 사유지의 75%를 소유하는 등 부의 불균형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외교 갈등은 이미 경제 보복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남아공산 수입품에 30%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2월에는 남아공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남아공을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수혜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AGOA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무역 협정이다.
남아공이 배제된다면 자동차·농산물 등 주요 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2월 G20 정상회의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소재 골프 리조트에서 개최한다.
의장국 정상의 개인 소유 시설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