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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앞두고 '자사주 처분' 기업 3배로 껑충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1 16:39

수정 2025.12.11 16:39

뉴스1 제공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10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집계된 자사주 처분에 나선 기업은 68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2곳) 대비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집계된 자사주 처분 규모도 75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47억원과 비교하면 약 2.5배 규모에 달한다.

기업의 자사주 처분은 시장에 매각하거나 보상·인수합병(M&A) 등에 활용할 수 있어 현금 확보와 경영 전략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자사주 매각 대금이 이익 잉여금으로 잡혀 자본 총계가 늘어나는 회계상 이점도 있다. 반면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주 가치는 높일 수 있지만, 기업 입장으로선 자사주라는 전략적 자산을 완전히 없애는 셈이다.

올해는 특히 하반기 이후 중견 코스피 기업들의 자사주 처분이 잇따랐다. 지난해 자사주를 처분한 코스피 기업은 불과 6곳이었는데, 올해는 25곳에 달했다. 이중 18곳은 하반기에 처분 결정을 공시했다. 엘앤에프(1230억원), 삼양식품(990억원), 비에이치(300억원), 광동제약(220억원) 등의 굵직한 거래가 줄을 이었다.

올 들어 자사주 처분이 급증한 배경으로 업계에서는 연내 통과를 앞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꼽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말까지 3차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법안 시행 이전에 이미 취득했던 자사주에도 소각 의무화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3차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규 취득 자사주는 물론이고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까지 1년 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기보유 자사주는 6개월의 추가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최근에는 상장사들 간 자사주를 직접 교환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 간 자사주 맞교환 관련 공시는 올 상반기 한 건도 없었지만, 하반기 들어 이날까지 총 11건이 공시됐다. 예컨대 주류 제조 기업 무학과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 기업 삼성공조는 이달 8일 공시를 통해 쌍방 간 4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외처분 방식으로 교환하기로 했다.

자사주는 타 상장사로 넘어가게 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기업 입장에선 자사주 소각보다 맞교환으로 우호 지분을 확대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 시행 전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는 기업이 자사 이익으로 사들이는 만큼 자사주 활용도 그에 부합하려는 움직임"이라며 "기보유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법 시행 전 미리 처분하려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