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영역의 독해 지문과 어휘가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을 확연히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11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학년도 수능 수학·영어의 고교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올해 수능 영어 독해지문의 최고 난도는 미국 13.38학년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능 시험 범위인 영어Ⅱ 교과서 4종의 최고 난이도 평균인 미국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가장 어려운 지문의 난도는 미국 대학생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파악됐다.
어휘에서도 교육 과정을 벗어난 단어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에서 정하는 영어Ⅱ의 사용 가능 어휘 수는 2500개이고 이를 벗어난 수준의 어휘가 수능 지문에 나올 경우 주석을 달게 돼 있다.
올해 수능 영어에서는 독해 지문 25개 중 56%(14개)에 주석이 달려 있었다. 많은 주석이 달리면 제한된 시간 내에 풀어야 하는 수능 특성상 난이도가 상승한다는 지적이다.
사걱세와 백 의원은 "독해지문의 전반적인 난이도와 그 비중과 어휘 면에서 수능 시험이 시험 범위로 지정된 영어Ⅱ 교과서의 수준을 확연히 벗어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최근 수능 영어 영역 출제 경향을 볼 때 절대평가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수능 수학의 경우 46개 문항 중 3개(6.5%)의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공통 21번은 지나치게 인위적이고 복잡한 함수가 포함돼 교육과정의 평가 방법 및 유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고 공통 22번 문항은 지수 방정식을 포함하는 미지수 4개의 연립방정식 문제로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미적분 30번 문항은 절댓값이 두 군데 포함된 함수의 그래프 개형을 그리고 역함수의 접선 기울기 관계를 다루면서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벗어난 것으로 봤다. EBS에서 공개한 문항별 정답률에 따르면 이 세 문항은 모두 정답률이 5% 미만이다.
사걱세와 백 의원은 "학교 교육만으로 대비하기 어려운 수능 출제가 지속되면서 고교 내신 시험으로 킬러문항 출제가 번졌다"며 "학생들은 수능과 내신을 학교교육으로 도저히 대비할 수 없어 사교육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현행 수능 출제 시스템으로는 학교 교육만으로 대비 가능한 수능 출제를 할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며 "이러한 현실을 개선할 유일한 방안은 시급히 '수능 킬러문항 방지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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