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모범규준 2년만에 손질
IT·소비자보호 전문 사외이사 도입
주주추천권 통해 국민연금 역할도 시사
[서울=뉴시스] 최홍 우연수 기자 =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사외이사 제도개선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년 전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사외이사 독립성·다양성을 한 차례 강화했으나, 여전히 소비자보호 업무를 비롯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IT보안과 소비자보호의 전문성을 보유한 사외이사를 도입하는 한편, 독립성 강화를 위해 기존의 '주주 추천권' 제도도 한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조만간 은행 담당 부원장보를 중심으로 '금융사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와 학계 인사들도 TF에 포함해 금융사 지배구조의 미확인된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 사항을 도출할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2023년 12월 모범규준을 통해 금융사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은 이사회가 특정 직군에 편중되지 않도록 회사의 특성을 반영한 집합적 정합성을 갖추도록 하고, 이사회에 대한 평가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최고결정권자인 CEO를 내부에서 견제할 유일한 장치인 이사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주인없는 소유분산기업에서 이사회의 CEO 감시·감독 기능이 유명무실해 각종 금융사고를 유발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2년이 지난 현재 금감원은 여전히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2년 전 모범규준을 만들 때도 최종본은 아니었다"며 "아직도 사외이사 구성이 독립적이지 못한 만큼 개선 사항을 반영해 모범규준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은 기존의 '사외이사 주주추천권' 제도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주주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 과점주주들을 대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받고 있으나, 이는 일부에 그치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이같이 금융지주 중 일부만 운영하는 주주추천권 제도를 전 금융지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외이사 주주추천권 제도를 안 하는 금융지주도 있다"며 "공론화를 통해 주주의 권익을 높이는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주주추천권을 행사해 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찬진 금감원장의 주장은 논란 거리다.
이 원장은 전날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경로를 다양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금융지주 지분을 6~8%씩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사외이사를 추천한 적은 없다. 민간기업에 지나친 경영개입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주들이 회사가 잘 되게 하기 위해 감시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국민연금의 권한 행사로 정부의 개입이 심해질 수 있는 부분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려면 지분보유 목적이 '일반투자' 거나 '경영참여'야 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가능하지만 금융사의 사외이사를 추천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단순투자라서 못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적인 문제 등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IT보안과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 금융사에 해킹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고, 여전히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보호에 역행하는 영업행위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외이사 구성원들이 편향돼 있는 측면이 있어 좀 더 독립적인 역할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민연금이 꼭 주주추천권을 행사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일반주주 등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개정된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법적 강제력은 없으나 각 금융회사의 내규에 반영돼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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