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기징역 → 2심부터 무죄
핵심 증거 신빙성 흔들려
핵심 증거 신빙성 흔들려
[파이낸셜뉴스]지난 2004년 강원 영월에서 발생한 농민회 간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기소된 60대 남성이 결국 무죄를 확정받았다. 장기간 미제로 남았던 사건에서 1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부터 핵심 증거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무죄 판단이 이어졌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족적'이 A씨가 신던 샌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보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2004년 8월 9일 당시 39세였던 A씨는 이날 오후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모 영농조합법인 간사였던 B씨(당시 41세)를 목과 배 등 십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사건 발생 20년 만인 지난해 7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당시 A씨가 교제하던 30대 중반 여성 C씨가 피해자인 B씨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분노해 범행을 계획했고, 알리바이까지 준비한 것으로 봤다.
장기 미제로 남았던 사건은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재수사를 진행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수사팀은 B씨가 살해된 장소에서 발견된 '피 묻은 샌들 족적'과 A씨 샌들 사이의 특징점 17개가 거의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2020년 11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결론은 '치정에 의한 살인'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약 3년 7개월간 보완 수사를 진행한 끝에 A씨를 기소했고, 1심에서는 족적이 일치한다고 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족적 감정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 단계부터 항소심까지 총 5차례 실시된 족적 감정을 검토한 결과, 3건은 '일치', 2건은 '동일성을 인정할 만한 개별 특징점이 없다'고 본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감정인의 숙련도나 감정 기간, 방법의 차이점 등을 고려해도 일관되게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개별 특징점을 발견해 족적이 같다고 본 3번의 감정도 감정인마다 발견한 특징점의 개수가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사건을 뒷받침할 지문이나 DNA 등 다른 보강증거가 없고, 족적 외에 제시된 간접 증거 역시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나아가 범행 동기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A씨를 대리한 이태훈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무고한 의뢰인을 조력해 누명을 벗겨야겠다는 일념으로 사건에 임했다. 그 결과 오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피고인의 누명이 벗겨졌다"며 "앞으로 형사보상청구 및 의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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