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대입제도, 부동산 같아 건드릴수록 사교육 불러와"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1 15:19

수정 2025.12.11 15:19

강주호 교총 회장, 정근식 교육감의 개선안 비판
악성민원 맞고소제 등 4대 과제 정부·국회에 촉구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11일 서울 바비앵2 교육센터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11일 서울 바비앵2 교육센터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 "대입 제도는 부동산 정책과 유사하게, 건드릴수록 사교육비가 오르는 특성이 있다."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은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전날 발표한 '미래형 대입제도 개선안'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그러면서 "개선안이 현실적인 부작용을 간과한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시각"이라며, "이는 근본적인 원인인 학벌 구조, 수도권 집중 현상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기술적인 변화만 꾀하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또 강주호 회장은 이날 정부와 국회를 향해 '악성 민원 맞고소제 의무화'와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 등 교육 회복을 위한 4대 핵심과제 추진을 촉구했다.

■사교육비 폭증 부를 것

강 회장의 비판은 특히 내신 및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강화 방안에 집중됐다.

그는 "내신과 수능이 모두 절대평가로 바뀐다면, 대학은 결국 변별력을 위해 구술 면접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이 구술 면접 사교육은 가장 고가이고 접근하기 어려운 사교육이 될 것이며, 이는 사교육비 폭증이라는 풍선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학종이 강화될 경우, 과거 '조국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컨설팅 비용 급등과 함께 공정성과 신뢰도 문제가 재차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술·논술형 평가 확대에 대해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에서는 공정성 문제로 학부모 민원이 급증하는 딜레마를 낳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교육의 시장화·사법화로 교권 추락

강 회장은 교권 추락 문제와 관련해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시장 논리가 학교를 지배하면서 수요자 중심 교육이 교육의 사법화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교사들에게 권리, 권한, 자율권은 없고 무한 책임만 가중된 구조가 교권 침해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교 폭력 예방법, 아동복지법 등 '선의의 법들'이 오히려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교권을 추락시키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또 이재명 정부의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와 관련, 초등교사의 부정적 응답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교원 수 부족으로 인한 비본질적 행정 업무 과중과 자녀 연령이 낮을수록 학부모의 민감도가 높아 악성 민원에 더 많이 노출되는 현실을 짚었다.

■악성 민원, 국가가 소송 책임져야

강 회장은 교권 회복을 위해 국가 책임제 도입을 핵심 정책으로 요구했다. 그는 "교사가 교육 활동 중 소송에 휘말릴 경우 국가가 모든 것을 대리하는 국가 소송 책임제가 필요하다"며, 이는 "국가가 앞장서서 선생님을 지켜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또한, 악성 민원이나 '아니면 말고 식' 아동학대 무고가 명백할 경우 교육감이 민원인을 의무적으로 고발하도록 하는 소위 '막고소제' 도입을 촉구했다. 강 회장은 "현재 아동학대 신고의 95% 이상이 불처분·불기소로 끝나는 현실에서, 교사가 홀로 민원에 대응하는 어려움을 교육감이 대신 막아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교실 내 CCTV 설치는 불법 사찰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교육은 법률 다툼이 아닌 상호 신뢰와 협력의 문화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