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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명 중 9명 검사"…성조숙증 진료에 '비타민 검사 남용' 드러났다

뉴스1

입력 2025.12.11 15:28

수정 2025.12.11 17:41

성조숙증 비타민 검사 과다 시행 주요기관 비교(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성조숙증 비타민 검사 과다 시행 주요기관 비교(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요양기관 종별 성조숙증 비타민 검사 시행률 구간별 기관분포(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요양기관 종별 성조숙증 비타민 검사 시행률 구간별 기관분포(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연도별 성조숙증 비타민 검사 추이(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연도별 성조숙증 비타민 검사 추이(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성조숙증 진료가 4년 새 34.3% 증가하는 사이, 임상 근거가 낮은 '비타민 검사'가 일부 의료기관에서 구조적으로 확산돼 온 사실이 드러났다. 환자 10명 중 9명에게 검사가 시행된 기관도 확인되면서, 진료 적정성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뉴스1이 입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성조숙증에서 비타민 검사 과다 시행'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에게 비타민 검사를 청구한 의료기관은 지난해 기준 123곳이었다. 이 가운데 90.2%인 111개 기관의 시행률은 20% 미만으로, 대다수 기관은 지침에 맞춰 비필수 검사를 억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행률이 80% 이상인 기관이 4곳 있었고, 일부는 사실상 성조숙증 '진료=비타민 검사'가 관행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성조숙증 환자 급증은 다양한 요인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공단 자료에 따르면 환자 수는 지난 2020년 18만 6953명에서 지난해 25만 1162명으로 34.3% 증가했다. 어린이 비만 증가, 환경호르몬 노출 우려, 학령기 부모의 성장 정보 불균형 등이 함께 작용했다. 진료량 확대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임상 근거가 부족한 검사 항목이 구조적으로 확산된 점이 더 큰 문제로 제기된다.

진료 표준과의 괴리도 확인됐다. 앞서 대한소아내분비학회는 지난 2011년 성조숙증 진료지침에서 병력·신체진찰·골연령 검사·성호르몬 검사를 핵심 평가 항목으로 제시했는데, 그중 비타민 검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로 비타민D 결핍이 검사 적응증에 해당하는 9세 이하 소아는 전체의 1.43%에 불과했다. 미국 내분비학회, 미국소아과학회,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 등 해외 지침도 성조숙증 평가에서 비타민 검사를 필수·기본검사로 규정하지 않는다. 비타민 검사는 성장판 평가나 사춘기 진행 판단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항목으로, 해외에서도 드물게 선택적 보조검사로만 쓰인다.

공단의 기관별 분석은 편차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A소아청소년의원은 성조숙증 환자 2만 389명 중 2만 50명(89.66%)에게 비타민 검사를 시행해 종별 평균(7.19%)의 12.5배에 달했다. B 의원(89.7%), C 의원(87.9%) 등 다른 의원급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확인됐다.

종별 격차도 뚜렷했다. 의원급 소아청소년과의 비타민 검사 시행률은 7.2%로 가장 높았고, 상급종합병원 2.9%, 종합병원 2.7%, 병원 2.6% 순이었다. 소아 전문 인력이 집중된 대형병원보다 상대적으로 검사 주문이 자유로운 의원급에서 남용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연도별 흐름도 과잉검사 문제를 드러낸다. 성조숙증 수진 건수는 2022년 142만 8158건에서 2024년 131만 3611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비타민 검사 시행 건수는 여전히 연 1만 건 이상을 유지했다. 시행률은 2020년 2.43%에서 지난해 0.85%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표준지침 벗어난 검사 반복되면 환자·재정 모두 부담"

전문가들은 이번 분석으로 드러난 구조적 문제를 '불안의 의료화'로 해석한다. 성조숙증 진료가 늘어난 배경에는 실제 질병 증가 외에 부모들의 심리적 부담과 사회적 압박이 일부 반영돼 있으며, 이것이 의료기관의 검사 추천 구조와 결합할 때 과잉검사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 관계자는 "보호자 입장에서 의원은 진료 시간이 짧고 안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원급에서의 구조적으로 과잉검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시범 운용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이상징후 탐지 시스템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정 질환에서 개별 기관의 검사·처치량이 급증하거나, 지침과 괴리된 특정 검사가 반복 청구될 경우 자동 분석으로 이상 패턴을 탐지하는 방식이다.

공단 관계자는 "질환별 청구 패턴을 바탕으로 기관·종별·지역별 '과다행위 지도(mapping)'를 구축해, 과잉검사의 분포·밀집도·지속성을 시계열로 파악할 계획"이라며 "성조숙증처럼 사회적 관심이 높아 과잉검사가 발생하기 쉬운 분야에서 실시간 대응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임상 근거가 부족한 검사 비중, 기관 간 편차 등을 고려해 소아 진료 특성을 반영한 과잉진료 패턴 검토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