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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주간사 고소에 국민연금 자금회수說까지.." 이지스운용 매각 첩첩산중 [fn마켓워치]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1 15:42

수정 2025.12.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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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지스운용 자금 회수 논의 '일파만파'
흥국생명 이지스 주주대표 및 매각주간사 고소
이지스 “국민연금 공식 회수 통보 없어...성실히 소명 중”
이지스운용 제공.
이지스운용 제공.

[파이낸셜뉴스] 올 하반기 금융권 인수합병(M&A)최대어인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이 온갖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최대 큰손 기관인 국민연금(NPS)이 자금회수설에 이어 결국 유력 인수 후보였던 흥국생명이 주주대표와 매각 주간사를 입찰 방해 및 사기적 부정거래로 고소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일 열린 투자위원회 안건에서 이지스운용에 대한 위탁자금 회수를 논의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이지스운용 매각 과정에서 위탁자산 펀드 보고서가 사전 동의 없이 인수전 본입찰에 참여했던 한화생명, 흥국생명, 힐하우스측에 제공됐다고 판단하고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 국민연금은 서울 마곡 원그로브 개발산업, 역삼동 센터필드 빌딩 등의 자산이 담긴 펀드들과 관련, 사전 승인 없이는 정보를 유출 할 수 없도록 약정했다.

그러나 유출 된 보고서엔 민감한 정보들이 포함됐고, 이지스가 일부 원매자에게 국민연금에서 받을 구체적 성과 보수를 언급하는 등 민감한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현재 이지스운용은 26조원이 넘는 운용자산을 보유한 국내 최대 부동산펀드 운용사다. 이중 국민연금 위탁 자산은 2조원 수준인데, 현재 시장가치로 따질 경우 7~8조원에 달한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벌써 7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이지스에 맡긴 위탁자금을 이관하는 작업에 돌입했다는 설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확인이 불가능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현재 시장에 도는 ‘자금 회수 확정’ 루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이지스 측은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 회수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9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이사가 국민연금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매각 현황에 대해 투명하게 브리핑하고 연금 측의 피드백을 청취하는 통상적인 소통 자리였으며, 해당 자리에서 회수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흥국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과정에서 입찰 방해와 사기적 부정거래가 있었다며 최대주주 손모 씨와 주주대표 김모 씨, 매각주간사 모건스탠리 한국 IB부문 김모 대표 등 5명을 경찰에 고소했다고 11일 밝혔다.

흥국생명은 이날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피고소인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고소장에서 매각 측과 주간사가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 구조를 숨긴 채 입찰 가격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흥국생명을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흥국생명에 따르면 매각 측은 공식적으로는 프로그레시브 딜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해당 방식을 전제로 입찰 전략을 공모했다.

이를 바탕으로 진행된 11월 11일 본입찰에서 흥국생명은 1조 500억원으로 최고가를 제시했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와 한화생명은 9000억원대 중반의 가격을 제시했다.

흥국생명은 “결국 가격 형성 및 경쟁 방법에 있어 지켜져야 할 공정성은 파괴되었으며, 흥국생명은 이번 입찰에서 보장받아야 하는 공정한 지위를 박탈당한 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정당한 기회를 상실하게 됐다”라며 “이는 명백히 위계 또는 기타 방법으로 이번 입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입찰 방해 행위에 해당하며, 아울러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침해한 행위로서 금융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 안팎에선 잡음에 시달리고 있는 이지스운용 매각 작업에 안타까운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국민연금의 엄격한 관리 기준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으나, 이지스운용이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로서 쌓아온 트랙 레코드와 실물 자산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석연찮은 매각 과정으로 인해 이지스자산운용 임직원이 그간 쌓아온 성과가 자칫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라고 덧붙였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