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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재난 영화로만 알았는데…흥미로운 장르 변주 [시네마 프리뷰]

뉴스1

입력 2025.12.11 16:06

수정 2025.12.11 16:06

'대홍수' 스틸 컷
'대홍수' 스틸 컷


'대홍수'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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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스틸 컷
'대홍수' 스틸 컷


'대홍수' 스틸 컷
'대홍수'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어린 아들이 자기 방이 아닌 옆에서 자고 있다. 인공 지능 연구원인 안나(김다미 분)는 평범한 하루를 시작하던 중, 문득 바깥이 수영장이 됐다는 아들 자인(권은성 분)의 말에 커튼을 젖혔다가 평소와 다른 광경에 놀란다. 폭우로 인해 홍수가 나 아파트의 아래층이 모두 물에 잠겨있었던 것. 이어 3층인 안나의 집에까지 물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놀란 안나는 아들 자인을 품에 안고 위층으로 대피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집안은 순식간에 물바다가 돼버리고, 안나는 당뇨가 있는 아들에게 필요한 인슐린 가방 하나만을 챙긴 채 아들을 업고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대피는 쉽지 않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해치고 안나는 힘겹게 계단을 올라간다. 위층으로 대피, 자신의 집을 열어 준 이웃의 집에서 안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해일이 밀려와 건물을 덮친다. 그렇게 안나가 물속에서 자인과 함께 질식해 가고 있을 때 자인을 구하러 왔다는 인력보안팀 희조(박해수 분)가 두 사람을 구출해 물 위로 데려온다.

자인과 함께 구출된 안나는 이 물난리가 평범한 재난이 아님을 감지한다. 희조는 3시간 전에 남극 대륙에 소행성이 충돌했고, 그로 인해 얼음이 전부 녹았음을 알려준다. "소행성이 오는 걸 몰랐을 리가 없지 않으냐"는 안나의 말에 희조는 "알고 있었다, 막을 수 없어서 말 안 한 것이다, 현생 인류는 오늘 끝났다"고 무덤덤하게 답한다. 희조가 안나를 찾아온 것은 안나가 현시점 인공 지능에 들어가는 이모션 엔진을 개발한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희조는 인류 멸망 후 다시 인류를 복원할 모든 기술이 있으나 이모션 엔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아 안나가 그 일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일견 흔한 재난 영화 같아 보이는 '대홍수'(감독 김병우)는 사실 '블랙미러' 시리즈 같은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SF 영화다. 재난 영화에서 SF로 이어지는 장르의 변주가 흥미롭다.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 영화는, 앞쪽에서는 평범한 재난 영화의 행로를 가다가 중반부부터 예상 못한 SF 스타일의 전개를 펼쳐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인 SF 영화의 문법을 따라간다고 할 수는 없다. '대홍수' 속 인류 멸망과 복원의 시나리오는 한 줄 대사로 단순하게 설명될 뿐, 논리적·과학적으로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 영화가 차용한 SF 설정은 초반부 영화의 평범함을 반전시킬 요소이자, 아들을 향한 엄마의 멜로 드라마를 완성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예상되는 경로를 따라가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대홍수'의 행보는 반은 성공적이다. 다만 SF 설정을 간단하고 편리하게만 다룬 점은 아쉽다. 이모션 엔진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 것인지에 관해 설명하거나 묘사해 주는 장면이 없어 추측하거나 뭉뚱그린 채 넘어가야 할 부분들이 있다.
또 '대홍수'라는 상황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만, 영화는 아파트 내부로 배경을 축소해 꿈처럼 몽환적인 상황에서 아들을 찾기 위해 애쓰는 어머니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집중한다. 자칫 이야기가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감정이 풍부한 배우 김다미의 연기가 이를 상쇄한다.
상영 시간 108분. 오는 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