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노벨평화상 마차도, 가발·목선·美 도움 받고 탈출…'007식 오슬로행'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1 16:36

수정 2025.12.11 16:36

가발·변장으로 검문소 10곳 뚫은 탈출
카리브해 목선 이동…미군과 사전 조율 정황
퀴라소 경유해 오슬로 도착, 귀국 시 체포 위험 남아
[그래픽] '노벨평화상' 마차도 이동 경로 (서울=연합뉴스)
[그래픽] '노벨평화상' 마차도 이동 경로 (서울=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오슬로행'은 두 달간의 은밀한 작전과 외부 지원이 맞물려 성사된 것으로 드러났다. 변장과 해상 이동, 미군과 사전 조율까지 동원된 이번 탈출은 노벨위원회조차 시상식 직전까지 그녀의 행방을 알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비밀리에 진행됐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차도는 지난 8일 노르웨이 시상식에 맞춰 출국하기 위해 가발을 쓰고 변장한 채 카라카스 외곽 은신처를 빠져나왔다. 그는 조력자 두 명과 함께 10시간 동안 군 검문소 10곳을 통과하며 어촌 마을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체포 위험이 극도로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안 도착 이후에는 더 험난한 여정이 기다렸다.

마차도는 나무로 만든 작은 목선을 타고 카리브해를 건너 네덜란드령 퀴라소로 향했다. 9일 새벽 5시 출항했지만 강풍과 파도로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았고, 최근 미군이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선박 20여 척을 공습한 점을 감안하면 오인 사격 위험도 컸다.

국외 조력단체 '베네수엘라 네트워크'는 WSJ에 "마차도 탑승 정보를 사전에 미군에 전달해 경로 조율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 비행데이터에 따르면 마차도가 해상에 있던 시점, 미 해군 F-18 전투기 두 대가 약 40분간 베네수엘라만 상공 근처를 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최근 3개월간 베네수엘라 영공에 가장 근접한 비행이었다. 다만 미 해군과 트럼프 행정부는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마차도는 9일 오후 퀴라소에 도착해 트럼프 행정부가 파견한 '탈출 전문' 민간업자와 접선했다. 이후 마이애미의 측근이 마련한 전용기에 올라 10일 오슬로에 입국했다. 출발 직전 그는 자신을 도운 이들에게 "목숨을 걸고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는 짧은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고 WSJ은 전했다.

마차도의 이러한 비밀 해외 이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녀는 과거에도 이반 두케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 정치 동맹을 만나기 위해 유사한 수법으로 국경을 넘은 뒤 귀국한 전력이 있다.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 후에는 유럽 순방과 워싱턴DC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마차도를 반체제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가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체포나 기소 위험이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