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오브 파이, GS아트센터서 초연
인기 배우 박정민 8년만에 무대 복귀
퍼펫티어가 생동감 있는 호랑이 연기
동물원·태평양 등 공간의 경계 허물고
디지털 영상기술로 파도 구현해 몰입감↑
인기 배우 박정민 8년만에 무대 복귀
퍼펫티어가 생동감 있는 호랑이 연기
동물원·태평양 등 공간의 경계 허물고
디지털 영상기술로 파도 구현해 몰입감↑
무대로 옮긴 유명 소설·영화가 올 연말 공연계를 뜨겁게 달군다. 관심의 중심에는 영국 맨부커상 수상작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라이프 오브 파이'가 있다. 2019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올리비에상 5관왕, 미국 토니상 3관왕을 거머쥔 따끈따끈한 신작이자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제작된 최초 공연이다. 특히 배우 박정민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8년 만에 무대 복귀해 화제몰이 중이다. 동명 영화로 유명한 '물랑루즈!'는 제74회 토니상 10관왕에 빛나는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쇼뮤지컬의 정수로 손꼽힌다.
■'라이프 오브 파이' 생동감 넘치는 무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초연의 막을 올린 '라이프 오브 파이'는 기존 연극도 뮤지컬도 아니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라고 명명한 이 공연은 영미권 화제작답게, 공연만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새로운 무대예술을 선보였다. 무대 구현이 가능할지 의문을 품다가 살아 움직이는 벵골호랑이의 눈과 마주친 순간 공연화를 결정했다는 제작사 에스앤코 신동원 PD의 말대로, 이 작품은 무대가 가진 물리적 제약을 퍼펫(인형)·영상·조명·음향 음악의 조화로 돌파하며 상상력의 힘을 증명한다. 매 장면 어떻게 구현했는지 구석구석 살피고, 감탄하는 재미가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소년 파이가 선박 침몰 사고로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227일 동안 태평양에서 표류하는 믿기 힘든 여정을 담았다. 공연은 유일한 생존자 파이의 병실에서 시작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관객을 생동하는 동물원으로, 북적대는 시장으로, 그리고 캐나다행 화물선과 드넓은 태평양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 과정에서 무대는 마치 마법을 부리는 듯 시·공간의 경계를 유연하게 지워낸다.
여기에 퍼펫티어(인형을 부리는 배우들)에게 올리비에 남우조연상을 안긴 뱅골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비롯해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등 난파선 목재로 만든 듯한 퍼펫이 실제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아기 오랑우탄의 재롱엔 미소가 절로 나오고, 리처드 파커의 포효에는 몸이 움찔한다. 파커는 3명의 퍼펫티어가 각각 머리, 가슴, 꼬리를 담당하며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인다.
퍼펫티어는 무대 위에서 자신을 숨기지 않고 연기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무대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아날로그적 예술의 묘미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그들은 맹수의 위엄과 잔혹함뿐 아니라 작은 새와 물고기의 미세한 움직임도 표현한다. 때로는 파이를 공중으로 번쩍 들어올려 그가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도 구현한다. 여기에 디지털 영상기술이 더해지며 몰입감을 더한다. 시공간에 따라 벽에는 숲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천장에서는 폭우가, 바닥에서는 넘실거리는 파도와 반짝이는 물결이 펼쳐진다. 단순한 장면 전환 이상의 감각적 몰입을 제공한다.
2막에서는 파이와 리처드 파커의 본격적인 견제와 공존이 그려진다. 파이는 맹수를 길들이려 애쓰고, 예상치 못한 둘의 '대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거북이 내장을 함께 먹는 장면은 둘 사이에 잠시 스며든 평화의 순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핏빛 내장까지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내며 관객의 허를 찌른다.
펼쳐지는 밤하늘의 별빛은 영화에서 느꼈던 자연의 경이로움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원작 소설이 가진 철학적 깊이를 모두 담아내기엔 무대예술의 제약이 있지만, 핵심 주제인 '이야기의 힘'과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믿는가'라는 질문은 무대 위에서도 충분히 살아있다. 공연 마지막, 파이가 들려주는 두 이야기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결국 관객의 몫이다. 리 토니 인터내셔널 연출은 "관객은 단지 관찰자가 아니라, 파이와 함께 항해를 떠나는 동행자다. 관객이 상상력으로 완성하는 이머시브 공연"이라고 말했다.
■'비틀쥬스' '물랑루즈!' '킹키부츠'도 공연중
3년 만에 귀환한 '물랑루즈!'는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의 클럽 '물랑루즈'를 무대로 한 사랑 이야기. 작곡가 크리스티안 역 홍광호·이석훈·차윤해와 클럽 최고의 스타 '사틴' 역 김지우·정선아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한창 공연 중이다. 비욘세, 마돈나 등의 명곡을 엮어 새롭게 곡을 만드는 '매시업'(Mash-up·융합) 뮤지컬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짜릿한 가창력과 칼군무" 등이 호평을 얻고 있다.
스테디셀러 뮤지컬 '킹키부츠'는 전국 투어의 피날레인 서울 공연이 오는 17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다. 특별한 부츠로 살아남은 영국의 한 구두 공장 실화를 각색해 만든 작품으로, 김호영·이재환·신재범이 젊은 사장 '찰리' 역을 맡고, 강홍석·백형훈·서경수가 특별한 구두의 주인공 '롤라'로 변신한다.
'비틀쥬스'는 오는 16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한다. 악동 유령 비틀쥬스가 유령을 볼 수 있는 소녀 리디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4년 만의 재연으로, 뮤지컬 스타 김준수가 '비틀쥬스' 역을 맡아 본격 코미디 연기에 도전하고, 정성화·정원영이 같은 역을 소화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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