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몸 한쪽 욱신욱신하고 붉은 물집까지…50대 이상 대상포진 주의보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1 18:24

수정 2025.12.11 18:24

면역력 떨어지면 수두바이러스가 공격
생백신 맞았어도 5년 이후 재접종 필요
"어린 시절 수두를 앓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상포진을 겪을 수 있다"

11일 이구상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은 과로·스트레스·질환 등으로 성인에게서 면역력이 떨어질 때 잠복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다시 깨어나면서 발생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국내에서도 50대 이후 환자가 급격히 늘고, 통증과 후유증이 길게 남는 사례가 적지 않아 대상포진에 대한 조기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척수 신경절 등에서 수십 년간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신경을 따라 피부로 이동하며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신경염과 신경괴사를 일으켜 매우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암·당뇨·류마티스질환, 면역억제제나 항암제 치료,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모두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형적인 초기 증상은 몸 한쪽의 강렬한 통증과 감각 이상이다. 화끈거리거나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먼저 나타난 뒤, 수일 내 해당 부위에 붉은 반점과 물집이 띠 모양으로 생긴다. 주로 옆구리, 얼굴, 눈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몸 어디든 생길 수 있다.

대상포진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진 발생 후 72시간(3일) 이내 항바이러스제 투여다. 아시클로비르나 발라시클로비르를 조기에 복용하면 피부 병변이 빨리 회복되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신경통 위험도 줄어든다. 통증이 심한 경우 진통제, 신경통 약물, 국소 마취 패치, 신경차단술 등을 병행해 통증을 적극적으로 조절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가장 효과적이다. 만 50세 이상 성인, 또는 만 18세 이상이면서 면역저하 상태인 경우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이 교수는 "예전 생백신을 맞은 사람도 5년 정도 지나면 예방효과가 급격히 떨어져, 최근에는 다시 재조합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신이 모든 위험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 운동, 과로·음주·흡연 절제 등 기본적인 생활관리 역시 중요하다.

대상포진은 비록 환자 내부에서 재활성화된 바이러스이지만, 수두 경험이 없는 아이·임신부·면역저하자에게는 전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수포가 완전히 마르고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는 발진 부위를 가리고 밀접 접촉을 피해야 한다.

이 교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한번 생기면 치료가 길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며 "고령, 심한 초기 통증, 면역저하 상태일수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초기 진단과 적극적인 통증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 약물 치료만으로 합병증 없이 회복되지만, 통증이나 발진이 심하거나 얼굴처럼 중요한 부위에 생긴 경우에는 신경차단술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