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패션업계 불황? ‘경험 전략’ 29CM·더현대는 북적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1 18:40

수정 2025.12.11 18:40

올해 거래액 1조원 조기 돌파
차별화 콘텐츠로 소비 이끌어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29CM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구홈 성수 매장 모습. 29CM 제공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29CM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구홈 성수 매장 모습. 29CM 제공
내수 부진으로 침체된 유통시장에서도 차별화된 소비자경험을 앞세운 온·오프라인 플랫폼들이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와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이 올해 거래액 1조원을 조기 돌파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9CM는 올해 10월 말 기준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서울 주요 백화점 단일 점포와 맞먹는 규모로, 지난해보다 한 달 앞당겨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말 패션 성수기를 감안하면 연간 거래액은 1조3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의 올해 연간 거래액 추정치인 1조3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편집숍 29CM는 2539세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브랜드 큐레이션과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통해 차별화된 소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무신사의 2021년 인수 이후 성장 속도가 붙으며 거래액은 4년 만에 4배 이상 늘었고, 최근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40%에 달한다. 패션업계의 장기 불황에도 꾸준히 고성장을 이어온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다양한 카테고리를 합쳐 연간 1조 원대 매출을 내는 것과 달리, 29CM는 여성 고객 중심의 패션·리빙 영역만으로 비슷한 규모를 기록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며 "가격 경쟁보다는 취향과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며 주요 판매 채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는 현대백화점의 주력 점포 '더현대서울'이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현대서울은 2021년 오픈 초기부터 명품 중심 대신 컨템포러리 패션과 팝업 중심의 큐레이션 전략을 택하고, 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구성에 집중했다. 매장의 큰 비중을 휴식·조경 공간과 다양한 팝업스토어에 할애해 이른바 트렌드를 총집결한 '트렌드 메카'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국내 단일 백화점 중 최단기간 기록인 2년 9개월 만에 연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더현대서울 거래액은 전년보다 8% 증가한 1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29CM와 더현대서울의 성장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트리토노믹스(큰 지출은 줄이되 자신에게 작은 만족을 주는 소비에는 아낌없이 지출하는 경향)'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명품·자동차 같은 큰 지출을 줄이고 경험·여가·건강 등 자기 만족을 높이는 소비가 강화되면서 가격보다 의미를 중시하는 '가심비'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나 특별한 경험을 제시하는 기업에 지갑을 연다"며 온·오프라인 모두 취향 기반 큐레이션과 콘텐츠 경쟁력이 미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