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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미, 엘리자베스 테일러처럼 영화 OST도 불렀다…'사랑한 죄로'

뉴시스

입력 2025.12.11 19:01

수정 2025.12.11 19:01

최무룡과 컴필레이션 음반 커버에 등장하기도 김지미가 부른 것으로 알려진 '임이여 나의 곁에', 뒤늦게 실제 가창자가 밝혀지기도
[서울=뉴시스] 김지미 주연 영화 '붉은 장미의 추억' 포스터. (사진 =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캡처).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지미 주연 영화 '붉은 장미의 추억' 포스터. (사진 =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캡처).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의 리즈 테일러'로 불린 고(故) 배우 김지미(85)와 할리우드 최고의 미녀로 통한 영국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1932~2011)(리즈는 애칭)의 공통점은 화려한 외모뿐만 아니다. 두 경국지색(傾國之色)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주제가도 직접 불렀다.

11일 가요계·영화계에 따르면 테일러는 '리틀 우먼(Little Women)'(1949)의 '메리 크리스마스 이즈 히어(Merry Christmastime Is Here)'와 '잇츠 케임 어폰 어 미드나잇(It Came Upon a Midnight)', 영화 '어 리틀 나이트 뮤직(A Little Night Music)'(1977)의 '유 머스트 미트 마이 와이프(You Must Meet My Wife)' '센드 인 더 클라운스(Send in the Clowns)' 등 OST를 가창했다.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에 따르면, 김지미도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주제가를 취입했다.

1962년 개봉한 '붉은 장미의 추억'(감독 노필) 주제가가 그것이다.

누명을 쓴 탈옥수와 아버지를 찾는 여가수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신영균이 악사 '성철', 김지미가 가수 '현주' 역을 맡았다. 이 영화를 만든 노필 감독은 '검은 상처의 부르스'(1964), '밤하늘의 부르스'(1966) 등을 만들어 한국 '음악영화의 대가'로 통한다.

김지미는 이 영화의 주제가 '사랑한 죄로'(작사 조남사·작곡 한상기)를 직접 불렀다. 현재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는데 김지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애절하다. "사랑한 죄로 한없이 당신만을 당신만을 사랑한 죄로 / 지금은 흐느끼며 외로운 장미 눈물로 어린 외로운 장미" 등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서울=뉴시스] 김지미 '붉은 장미의 추억' LP 앞면(1962).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지미 '붉은 장미의 추억' LP 앞면(1962).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노래가 수록된 음반은 영화 홍보를 위한 비매품 7인치(이른바 도넛판)에 담겼다. 극장 관객들에게 배포하는 사은품이었다. 이 영화는 지난 2003년 백재호 감독이 배우 김영민·위다은 주연으로 리메이크했다. 원 필름이 사라져 대본만 남은 원작을 현대 배우들이 낭독극으로 준비하는 상황으로 재해석했다.

김지미가 '사랑한 죄로'를 부른 사실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낯설지는 않다. 상당수 영화 주제가 음반 커버가 영화 스틸사진이었기 때문이다.

박성서 평론가가 특기한 또 다른 음반은 김지미가 전 남편이기도 한 배우 최무룡과 함께 참여한 컴필레이션 음반 '연분홍 핸케취'(행커치프·handkerchief)다. 김지미는 '임이여 나의 곁에'를 홀로 불렀다.

1964년에 발표된 음반인데 이 무렵은 당대 두 톱스타인 김지미·최무룡의 로맨스가 정점에 달했을 때다. 이러한 이슈를 극대화한 제작자가 나타나 음반을 기획한 것이다. 해당 음반은 김지미·최무룡이 함께 있는 모습을 커버로 내세웠다.

[서울=뉴시스] 김지미 출연 영화 주제가 음반 모음.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지미 출연 영화 주제가 음반 모음.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결국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이 둘의 로맨스는 끝내 파경을 맞지만, 당시만 해도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큰 화제였다.

이 음반이 뒤늦게 화제가 된 건 1978년 가수 조경수를 일약 스타로 만든 '행복이란' 노래 때문이다. 이 곡은 김지미의 '임이여 나의 곁에'와 거의 가사, 멜로디가 같다.

조경수의 '행복이란'은 발표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조경수는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신촌의 한 라이브카페에서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악보를 채보해 음반을 취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원작자를 알 수 없어 작자 미상으로 발표하려고 했다. 그러다 음반사 측의 건의로 자신의 딸 이름인 서연을 작사·작곡자 명단에 넣었다. 조경수는 뮤지컬배우 조서연·조승우 남매의 부친이다.

이후 박 평론가 등의 노력으로 해당 곡의 작사가가 월견초, 작곡가가 유금춘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과정에서 박 평론가는 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김지미가 1962년 발표한 '사랑한 죄로'와 그녀의 이름으로 발매된 '임이여 나의 곁에'의 음색과 가창력이 판이하게 달랐던 것이다.

[서울=뉴시스] 1960년대 컴필레이션 음반 '연분홍 핸케취' 커버를 장식한 김지미, 최무룡.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960년대 컴필레이션 음반 '연분홍 핸케취' 커버를 장식한 김지미, 최무룡.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2025.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임이여 나의 곁에' 녹음 당시 김지미는 스스로 노래가 안 된다고 판단, 음반 취입을 완강히 거부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미는 전성기 시절 '사각'이 없는 배우로 통했다. 어느 각도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완벽한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목소리가 허스키했다. 당시 영화 촬영 작업은 후시 녹음이 대부분이었고, 이로 인해 상당수 영화배우의 대사는 성우들이 대신 더빙했다. 성우 정은숙이 주로 김지미의 목소리를 맡았다.

당시 음반사 측이 선택한 건 대리 취입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절대 불가한 일이었지만 당시 시스템에선 해당 작업이 이뤄졌다. 결국 김지미의 사촌 동생 김영자 씨가 이 곡을 불렀다.


박 평론가는 "김영자 씨와 2009년 인터뷰 당시 그녀는 취입 제의를 받고 여러 곡을 연습하던 중 어릴 때 배운 노래가 생각나서 작곡가에게 들려줬는데 '임이여 나의 곁에'를 좋다고 해서 취입한 것이라고 기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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