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손발이 경련하고 의식을 잃게 하는 마약류 에토미데이트 일명 '좀비 담배'가 일본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원래 해외에서 내시경 검사나 마취 유도 시 사용하는 진정제지만, 과다 섭취하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켜 일본 정부는 올해 5월부터 의료 목적 외 사용, 수입, 소지, 판매를 금지했다.
11일 TV아사히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지난 10일 태국에서 국제 택배로 밀수된 에토미데이트 2㎏을 적발하고, 59세 일본인 남성을 체포했다. 이 물량은 약 2000만엔(1억8800만원)에 달하며, 일본 내 단속 사상 최대 규모다
소포 내용물을 수상히 여긴 도쿄 세관 직원이 검사 중 에토미데이트 액체가 담긴 병을 발견했고, 배송지는 체포된 용의자의 자택이었다.
조사 결과 용의자는 폭력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에토미데이트는 1960년대 유럽에서 항진균제로 개발되었으나, 이후 수면 유도 효과가 확인돼 내시경 검사 시 진정제나 마취 유도제로 사용된다. 일본에서는 승인되지 않았으며, 의료 목적 외 사용 시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확산 징후는 처음에 오키나와현에서 나타났다. 올해 초 일부 청년들이 '웃음 가스 마취'라며 전자담배용 액체에 섞어 흡입하는 사례가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규제 시행 이후 10월 말까지 전국에서 총 16건의 단속 사례가 있었고, 오키나와가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에 3건, 오이타 2건, 도쿄에서도 지난달 20대 남성이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도쿄 시부야에서 만난 20대 청년들은 TV아사히 인터뷰에서 "주차장 같은 곳에서 팔린다는 정보를 들었다. SNS에서 찾아보면 나온다", "친구도 권유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에 위치한 약물 의존 회복 지원 단체는 에토미데이트와 관련해 "지난해에는 관련 상담이 없었지만, 올해 4월 이후부터 가족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며 "흡입 후 의식이 흐려지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에토미데이트가 호흡 억제, 순환 기능 저하, 의식 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SNS를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사용이 간편한 점이 확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경찰이 소지 혐의로 체포한 남성은 "SNS에서 1병당 1만5000엔에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세계적으로도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이 확인되고 있다. 국제연합 마약범죄사무국(UNODC)에 따르면 미국, 영국, 뉴질랜드에서도 유통 사례가 있으며, 2024년 태국 수사 당국은 방콕에서 밀조 거점으로 추정되는 창고를 적발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카인이나 각성제 등 다른 약물 단속이 강화되면서 범죄 조직이 에토미데이트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도 있다며, 한국에서도 다른 진정제 프로포폴 남용 문제가 대두되고 규제가 강화된 뒤, 에토미데이트 불법 사용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일본 경찰청은 "확산을 막기 위해 수입 차단 등 불법 유통 경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며 경각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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