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등 올리는 새 예산안이 촉발
젊은층 부패 항의 따라 대규모 확산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취임한지 1년도 안된 로센 젤리아즈코프 불가리아 총리가 11일(현지시각) 정부 부패에 항의해 몇 주 동안 지속된 시위대의 요구에 따라 사임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젤리아즈코프 총리는 5년 사이 여섯 번째 총리가 된 인물이며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치, 경제적 불안정에 발목이 잡혀 물러났다.
사임 발표는 의회가 정부 불신임 표결을 실시하기 불과 몇 분 전에 나왔다.
젤리아즈코프 총리는 의회에서 기자들에게 “시위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그 요구를 충족해야 하고,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사임”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수만 명의 불가리아인이 수도 소피아는 물론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평소 정치 참여에 소극적이던 젊은 세대가 대거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젤리아즈코프 총리의 연립정부가 제출안 내년 예산안이 시위를 촉발했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 하나인 불가리아의 공공 지출 확대를 위해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을 인상하는 계획에 젊은 세대가 반발했다.
예산은 또 새해부터 유로화를 자국통화로 채택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으로 물가 상승을 촉발할 우려가 컸다.
시위는 예산안에 대한 반발을 넘어 정부 부패에 대한 항의로 확대됐다.
시위대는 러시아에 부합하려는 세력들이 정부 부패를 주도한다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러시아는 불가리아의 일부 정치·경제 엘리트 사이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성장하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추세다.
특히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로 불가리아 사회 전반의 러시아 이탈이 가속화됐다.
소피아에 사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마리아 차코바(27)는 젊은 층이 대거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반정부 운동을 고무시키는 핵심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가리아가 부패를 근절하고 독립적인 사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시나 팬체바(38)는 젤리아즈코프 총리의 사임이 “불가피했다”면서 “거짓말에 지친 사람들이 정부가 물러날 때까지 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불가리아인의 약 70%가 이번 시위를 지지한다.
불가리아인들은 오래 지속된 정부 부패로 좌절해왔다.
이 문제는 동유럽 전반, 특히 러시아와의 역사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서방으로 향하려는 옛 공산권 국가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거 소비에트연방과 가까운 동맹이었던 불가리아는 2004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2007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한편 젤리아즈코프 총리는 유로존 가입 초기 몇 달 동안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내각이 들어서기 힘들 것이라며 격동의 시기가 닥칠 것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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