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EU, 360조원 러 자산 '무기한 동결' 추진…"우크라 대출 수순"

뉴스1

입력 2025.12.12 08:30

수정 2025.12.12 08:30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2100억 유로(약 363조 원)를 무기한 동결하기로 11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리스본 조약 122조'를 발동해 러시아 자산을 사실상 영구 동결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로써 러시아 동결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배상금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EU가 경제 비상 조항인 122조를 발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22조를 적용하면 만장일치가 아니라 다수결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6개월마다 27개 회원국 전원의 만장일치로 자산 동결 조처를 연장해야 해 헝가리 등 친러시아 국가의 반대로 무산될 위험이 있었다.

이번 결정은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럽 정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EU는 이번 조처를 통해 동결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확실히 한 셈이 됐다.

하지만 EU는 벨기에의 반대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전체 동결 자산의 88%에 해당하는 1850억 유로가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 예탁결제기관 '유로클리어'에 보관돼 있다.

법적 분쟁과 러시아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하는 벨기에는 자국이 겪을 수 있는 법적·재정적 위험을 모든 EU 회원국이 완전히 분담하고 유로클리어에 대한 유동성 보장책을 마련해야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바르트 드 베버 벨기에 총리는 "우리는 우리와 전쟁 중인 국가도 아닌 나라(러시아)의 돈을 다루고 있다"며 "이는 대사관에 침입해 가구를 내다 파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보증안을 제시하며 벨기에를 설득하고는 있지만 완전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유로뉴스는 벨기에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수결로 대출안을 강행하는 방안은 정치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제 공은 오는 1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로 넘어갔다. 이번 회의에서 EU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의 2026~2027년 예산 및 군사적 수요를 맞추기 위한 900억 유로 규모 자금 조달 방안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벨기에의 반대로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안이 무산되면 EU 공동 차입이라는 차선책이 있지만 이 역시 헝가리의 반대가 확실시돼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