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이를 낳으면 반려견에 소홀해진다는 이유로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남편과 이혼을 결심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1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3년차 주부 A씨(35)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저희 부부에게는 신혼 초에 입양한 사랑스러운 반려견 '토리'가 있다"며 "토리를 저희 가족으로 처음 들였을 때만 해도 반려견을 아끼는 남편의 모습이 참 귀엽고 따뜻하게 느껴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결혼 3년 차인 지금, 남편의 그 사랑이 저를 숨 막히게 하고 있다. 프리미엄 사료에 간식비까지 토리의 식비만 한 달에 50만원이 넘고 혼자 두면 불쌍하다며 비싼 강아지 유치원까지 보낸다"며 "밤에는 토리를 꼭 끌어안고 자느라 저는 늘 침대 귀퉁이로 밀려나기 일쑤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결혼 초 이들 부부는 결혼 1년 뒤에 아이를 낳기로 약속했는데, 남편이 아이를 갖는 걸 계속 미루더니 아이가 태어나면 토리에게 소홀해질 것 같다며 아이 갖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제 나이도 생각해야 해서 아이 갖는 걸 더 미룰 수 없는데, 최근에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겼다"며 "토리에게 유전적인 질환이 발견돼 병원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오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맞벌이라 그럭저럭 생활은 해왔지만, 아이 계획을 생각하면 이제는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남편은 저 몰래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서 병원비를 충당하고 있더라. 이번 달에는 생활비도 주지 않았다"며 "곧 큰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수술비만 수천만 원이 든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 낳는 건 결사반대하면서 강아지에게는 빚까지 내가며 올인하는 남편. 이제는 지친다"며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남편과 이혼할 수 있나. 이혼하게 되면 강아지의 병원비도 제가 같이 내야 하는 건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조언을 구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박경내 변호사는 "반려동물 때문에 생긴 갈등이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 부부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거나 생계를 위협할 정도가 된다면 민법상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남편이 반려견에게 과도하게 쓴 비용은 재산분할 시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A씨는 더 많은 재산을 분할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또 "이혼 시 반려동물은 법적으로는 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지출을 담당한 사람이나 실제 보호자에게 귀속되는 게 원칙이지만, 최근에는 애착 관계를 고려해서 조정으로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는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만으로 이혼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느 한쪽은 아이를 갖고 싶은데 다른 쪽이 거부해서 전혀 협조를 안 하는 등 더 이상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혼인 파탄의 사유로서 참작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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