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유럽에서 정자를 기증해 최소 197명의 아이를 둔 남성이 암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희귀 유전 돌연변이 보유자인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BBC, CNN 등 복수의 외신은 “2005년부터 학생 신분으로 정자 기증을 시작한 한 남성이 TP53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으며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정자 기증 당시 건강상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자신이 희귀 유전 돌연변이 보유자인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증자 선별 검사 역시 통과했으나, 이후 조사 결과 암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TP53’ 유전자에 희귀 돌연변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이 남성의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가 8개 유럽 국가에서 최소 6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남성은 덴마크 민간 정자은행인 ‘유럽 정자은행’(ESB)에만 정자를 제공했지만, 이후 14개국 67개 클리닉으로 유통돼 사용됐다. 이 정자로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정확히 몇 명이 TP53 돌연변이를 물려받았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해당 보도 직후 영국 BBC 등 14개 유럽 공영방송사가 정보공개 청구와 의료진·환자 인터뷰 등을 추가로 진행한 결과, 현재까지 이 기증자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는 최소 197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BBC는 “모든 국가의 자료가 확보된 것이 아니어서 최종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고 CNN도 “유전적 돌연변이를 물려받은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60세까지 한 가지 이상의 암에 걸릴 확률이 90%에 달하며, 약 50%는 40세 이전에 암에 걸린다”고 보도했다.
런던 암 연구소 암 유전학과의 클레어 턴불 교수는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은 가족에게 전하기 매우 힘든 진단"이라며 "평생 동안 암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으며, 특히 소아암 발병 위험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정자은행 대변인 줄리 파울리 버츠는 "ESB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ESB는 인정된 과학적 관행 및 법률을 완벽하게 준수하여 모든 기증자에 대해 개별적인 의학적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일 기증자의 출생 제한 규정 마련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전하며 “이러한 분야에 대한 법률은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으며, 규정 시행 방식도 국가마다 크게 다르다. 공통적이고 투명한 유럽 표준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